[시온의 소리]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좋은 세상


필자가 섬기는 필름포럼 영화관은 주로 기독교 영화와 기독교적 시선으로 보기에 좋은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그러다 보니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위주로 영화를 봐서 예술 영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굳이 안 해도 될 전화를 밖에 나와서 한다.

이런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 해설을 할 때가 있다. ‘그러잖아도 영화 관람하느라 힘들었는데 강의까지 들어야 하나’라는 관객의 심드렁한 표정이 읽힌다.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지, 영화에 담긴 상징과 주제가 무엇인지, 이 시대 어떤 문제와 관련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해설한다.

강의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들의 표정이 변하고 냉랭했던 객석 온도가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교감이 잘 이뤄진 강의를 마치면 객석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얼굴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게 있다. ‘충만함’이다.

비록 처음엔 영화 안에 담긴 좋은 이야기를 알아차리지 못해 다소 힘들었을지라도 약간의 해설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전모를 파악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반응한다. 오직 하나의 이야기만을 성공이라 여기며 남들과 똑같아지려 애쓴 시간이 얼마나 게으른 것이었고, 자기에게 주어진 고유한 이야기를 찾아 수고하는 것이 돌아가는 것 같으나 가장 빠른 길임을 알게 된다. 그것이 좋은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만 그럴까. 아니다. 모든 예술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하루 또한 무수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모든 이야기에서 주연일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에서 똑같이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은 있다. ‘좋은 이야기였는가’이다.

좋은 이야기일수록 등장인물을 평면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배역일지라도 감정과 꿈이 있다는 걸 놓치지 않는다. 버려진 땅이라 여겼던 곳에도 사람이 살고 사랑이 있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접할수록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돼 간다.

성경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주로 모시며 하늘 아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두가 존귀한 자임을 깨닫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라도 구원의 밧줄이 던져져 죄와 사망이라는 늪에서 벗어날 길이 있음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을 향해 날 선 분노로 가득했던 정죄의 시선이 내면으로 향하며 자신의 허물을 보게 해 겸손과 연민의 마음을 품게 한다.

성경에 있는 역사서, 시, 예언, 편지, 신학적 고백 등의 여러 장르는 다른 시대의 다양한 사람의 삶 속에 솟아오른 구원의 역사를 변주와 합주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경이롭고 풍부하며 정직하고 섬세하다. 배울수록 그 깊이와 넓이에 감탄하게 된다. 경외의 독법으로 사색하고 묵상하며 기도하게 한다. 독자로서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살아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한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뻔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하고 지루하며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도구처럼 편리하게 다루며 저자인 양 편집과 왜곡을 일삼는다. 구원의 이야기를 그렇게 읽고 체득한 이들이 만들어간 세상은 어느 한 편에 속해 열광적으로 응원하되 경기가 끝나면 아무도 머물지 않는 경기장과 같은 곳이 된다.

그러나 구원의 이야기는 황무지를 숲으로 바꾼다.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고 생명의 번성함이 날로 더해간다. 자유와 기쁨의 나침반을 갖고 기꺼이 낯선 여정에 발을 내딛게 한다. 좋은 이야기를 제대로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간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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