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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골프광 트럼프

김의구 논설위원


조 바이든이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서 과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지난 7일 오전(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에 있었다. 백악관에서 48㎞가량 떨어진 버지니아주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이었다. 골프장 밖에서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당신 해고야’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모여 있었지만 그는 다음날도 같은 골프장에 나갔다.

그다음 주말에도 트럼프는 이틀 연속 라운딩을 했다.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에 백악관 부근에서 그의 대선 불복을 지지하는 인파와 마주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트럼프는 유명한 골프광이다. 미국과 해외에 골프장 17곳을 갖고 있고 타이거 우즈나 더스틴 존슨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핸디캡은 자칭 2.8이다. 하지만 골프 전문기자 릭 라일리가 쓴 ‘커맨드 인 치트’(반칙 대장)란 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누가 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공을 움직여 편한 곳에서 친다. 동반자가 잘 친 공을 벙커로 던진 일도 있었다고 한다. 라일리는 “규칙을 지키며 골프를 치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트럼프를 평했다. 취임 첫해 그는 “여러분을 위해 일을 하겠습니다. 골프 치는 시간을 갖지 않겠습니다”라고 공언했지만 최근까지 143차례 골프를 쳤다.

우리 정서로는 주말마다 골프장을 드나드는 트럼프의 행동이 이해 불가다. 선거에서 패색이 짙으면 자중하고, 결과에 불복한다면 더욱 업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도 휴가를 누릴 권리를 존중하고 골프에 대한 정서도 사뭇 다른 미 언론도 최근엔 우려를 내놓고 있다. CNN은 대통령 공식 일정이 현저히 줄어든 사실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공무에 소홀한 대신 트윗과 골프에만 열심이라고 꼬집었다. 인내하던 바이든 당선인도 16일 “골프만 치면서 정권 이양과 백신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놨다. 트럼프가 이 말을 새겨들을 리 만무하다. 미 국정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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