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달수 ‘미투’로 2년 늦게 개봉… 내용 서너차례 뒤집어”

7년 만에 신작 영화 ‘이웃사촌’ 내놓은 이환경 감독

2018년 미투가 불거진 배우 오달수의 상업영화 복귀작으로도 이목이 집중된 영화 ‘이웃사촌’은 1980년대 유력 정치인과 그를 도청하는 인물의 얘기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한국 코미디물 사상 첫 ‘1000만 영화’ 진기록을 쓴 ‘7번방의 선물’(2013) 이환경(50) 감독은 영화 흥행 이후 중국으로 향했다. 160억원을 들인 한·중 합작 영화 ‘대단한 부녀’ 연출을 맡아서다. 그런데 사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영화가 성공을 거두니 어깨에 벽돌을 얹은 느낌이 들더라”며 “초심을 찾으려 2~3년 동안 베이징에 머물며 다시 영화를 공부했다”고 전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이웃사촌’은 이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1985년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자택 구금된 차기 대권 후보 의식(오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의식이 북과 내통한다는 의심을 했던 대권은 가족을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성품을 경험한 후 차츰 변화하게 된다.

당초 2018년 개봉하려던 영화는 오달수의 ‘미투’로 표류하다 2년이 지나 개봉하게 됐다. 2018년 동료 배우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오달수는 의혹을 부인하다 폭로가 이어지자 활동을 중단했다. 무혐의 내사 종결되긴 했지만 여전히 ‘미투’로 인한 영향이 전혀 없다 할 순 없다. 2년 동안 영화를 3~4차례 뒤집었다는 이 감독은 “미뤄진 만큼 좋은 영화로 보답하려 최선을 다했다. 영화가 캐릭터 자체로 이해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시사회에서 영화를 향한 시선은 엇갈렸다. 휴먼 드라마의 보편적 공식을 따라간다는 이유에서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인자한 정치인 역의 오달수가 감상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사이사이 숨겨진 웃음과 절정의 감동은 전작 못지않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코믹 연기를 하던 오달수의 변신을 두고 “누아르 얼굴의 류승룡씨가 ‘7번방의 선물’에서 때 묻지 않은 아빠가 되는 걸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런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7번방의 선물’에 이어 7년 만에 ‘이웃사촌’을 선보이는 이환경 감독.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얼개는 이 감독이 중국에 살던 시절 만들어졌다. 민주화 시절 자택 구금이라는 독특한 소재도 2016년 사드 배치로 불붙은 한·중 갈등이 바탕이 됐다. 이 감독은 “팬데믹으로 아시아인이 유럽에서 차별받는 최근처럼 당시 중국도 외출이 꺼려지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고증을 위해 역대 대통령들 관련 서적도 탐독했다고 한다.

‘가족’ 얘기를 감독이 고집하는 이유는 어릴 적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영화 곳곳에 가족 사랑이 투영돼 있다. 전작의 딸 예승이는 감독의 큰딸, ‘이웃사촌’ 예준은 9살배기 아들 이름에서 따왔다. 의식과 대권 역시 아버지 성함, 가족 같은 동네 친구 이름이다. 이 감독은 “예승이가 벌써 영화를 전공하는 20살 대학생이 돼 아빠 시나리오를 날카롭게 비평해준다”며 웃어 보였다.

이 감독은 경주마와 소녀의 우정을 그린 ‘각설탕’(2006) 등 그간 ‘따뜻한 영화’를 줄곧 선보여왔다. 그는 ‘7번방의 선물’을 본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가 “할리우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건넨 휴먼코미디 연출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저평가된 국내 휴머니즘 장르를 연출하는 다른 감독들에게 힘이 되고파서다. 이 감독이 꿈꾸는 작품 역시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영화다.

“제가 하고픈 이야기는 ‘된장찌개’ 같은 거예요. 특별하지 않아도 누구나 좋아하죠.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고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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