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호텔 전셋집

라동철 논설위원


전세난이 심각하다. 과천처럼 전세 물량이 남아도는 곳이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물량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1.1을 기록했다. 전세 수급과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수치가 100이고 이보다 높아질수록 공급이 더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주 전세수급지수는 감정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렇다보니 최근 전세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전세난의 원인을 두고 진단이 제각각이다. 부동산 정책 당국과 여권은 집값 상승에 따른 갭메우기, 저금리 고착화로 인한 월세 전환 증가, 갭투자 차단에 따른 전세 매물 감소 등을 들고 있다. 기존 가구에서 구성원들이 독립하는 세대 분할의 급속한 진행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자성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야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무리한 시장 개입, 그중에서도 지난 7월 시행된 임대차 관련 법들을 주범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고 부동산 경기 사이클과도 연관돼 있어 대다수를 만족시킬 묘수를 찾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특정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전세난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 근본 해법을 마련하는 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게다. 하지만 전세난은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정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단기, 땜질 처방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이르면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한다. 공공기관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제공하거나 입주 희망자가 구해온 전세 물건을 공공기관이 전세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식으로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호텔을 매입·임대해 주거용으로 개조한 후 임대하는 방안까지 포함됐다고 하니 정부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호텔 전셋집은 정부 차원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창의적 발상이기는 한데 과연 묘수일까, 또 한번의 헛발질일까.

라동철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