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세상이 흐릿해보이는 ‘황반변성’… 노안으로 여겨선 곤란

아주대학교병원 안과 송지훈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안과 송지훈 교수가 글씨가 뭉개져 보이는 변시증을 호소하는 한 여성 환자에게 나이 관련 황반변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평균수명 연장으로 새로이 문제가 되는 질환이 있다. 노년기 3대 실명원인중 하나로 부상한 나이관련 황반변성이 그런 질환이다. 황반(黃斑)은 우리 눈의 가장 안쪽 면을 감싸고 있으며 시력을 형성하는 신경조직인 망막의 한가운데 부분이다. 지름 1.5㎜정도 아주 작은 연필심 크기의 이 점조직에 쌓인 노폐물이나 부종, 출혈로 인해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 바로 황반변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병으로 병원을 찾는 국내 환자 수는 2014년 약 10만 명에서 2018년 약 17만 명으로 불과 4년 새 70% 이상 증가했다. 황반변성이 ‘고령화 사회의 그늘’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아주대학교병원 안과 송지훈 교수는 “최근 들어 시력을 잃는 노인 3명 중 1명꼴로 발견될 정도로 황반변성이 흔해졌다”며 “특히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보통 50세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송 교수의 도움말로 황반변성이 많아진 이유와 어떻게 해야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Q. 황반변성은 건성, 습성 두 종류가 있다고 들었다?

A. 그렇다. 황반변성은 변성이 온 상태에 따라 메마른 건성과 축축한 습성으로 나뉜다. 나이관련 황반변성의 90%를 차지하는 건성은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신경조직이 약해지는 병증이다. 천천히 진행되고 시력저하도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습성은 황반에 안 좋은 혈관(비정상 신생혈관)이 생기고, 이 혈관들이 출혈을 일으키거나 망막부종을 유발, 급속히 시력을 손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망막 밑에 새로 생긴(신생) 혈관은 태생적으로 매우 약해서 체액이 빠져 나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압박을 받은 황반은 급속히 제 기능을 잃고 만다.

Q. 최근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A. 우리나라의 황반변성 환자 증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먼저 기름진 음식 섭취 등 고(高)칼로리 위주 식생활습관의 서구화와 평균수명 증가에 의한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 이상 성인 인구의 20% 이상, 특히 성인 남자의 3분의1 이상이 피우고 있는 담배와 과도한 햇빛(자외선) 노출, 고혈압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담배와 고혈압은 망막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자외선은 눈의 노화를 촉진한다.

Q. 스마트폰·컴퓨터 같은 전자기기의 영향은?

A. 과도한 사용, 특히 조명이 좋지 않은 야간에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자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비단 황반변성뿐만이 아니라도 눈 건강에 전반적으로 해롭다. 눈이 건강하면 빛을 많이 받아들여도 단백질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잘 제거할 수 있고, 망막에도 노폐물이 쌓이지 않는다. 황반변성은 이런 자기청소기능이 떨어져 단백질 분해과정의 노폐물을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하게 됐을 때 시작된다. 우리 눈은 주로 밤 시간에 눈에 쌓인 피로를 푼다. 가능하면 스마트폰은 꼭 필요할 때만 쓰되, 저녁 시간 이후엔 되도록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Q. 황반변성의 증상은?

A. 건성이냐 습성이냐에 따라 다르다. 건성 황반변성은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다. 안과를 방문, 안저검사를 받아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시력도 서서히 나빠져서 노안으로 오인하기 쉽다. 한국망막학회와 대한안과학회가 남녀불문 40세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안과검진을 받도록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어느 날 갑자기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나 시야 한가운데에 까만 점이 생기는 ‘암점’ 증상이 나타나 발병과 동시에 이상을 느낀다. 쉽게 발견되는 만큼 치료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시력저하를 막을 수 있다.

병이 꽤 진행된 이후에는 건성이든, 습성이든 주변 시야는 좋은데, 중심 시야가 흐려져 사물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을 공통적으로 겪게 된다. 거리감도 떨어지게 돼 자동차 운전 시 안전사고예방을 위해 주의가 필요하다.

Q. 자가진단해 볼 방법은 없나?

A. ‘암슬러 격자검사’라는 게 있다. 모눈종이처럼 정사각형 격자무늬가 새겨진 검사지를 평소 책 읽는 정도의 30~40㎝ 거리에 두고 한쪽 눈을 가린다. 이어 검사지 중앙에 표시된 검은 점을 주시하면 된다. 이 때 격자 선 일부가 끊어지거나 흐려지고 휘어 보이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황반변성 진행 시 시야의 한가운데 부분이 뒤틀어지거나 흐릿하게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암슬러 격자검사가 아니더라도 일단 사람을 볼 때 전체 형상은 보이는데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거나, 책을 읽을 때 한가운데 부분 글씨만 흐리거나 끊어져 보일 때도 빨리 병원을 방문, 안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Q. 노안과 다른 점은?

A. 노안은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탄력을 잃게 되면서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눈의 노화 현상으로, 먼 곳을 볼 때의 시력은 영향을 받지 않으며, 돋보기를 사용하면 가까운 곳의 작은 글씨를 읽는데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가 손상되는 질환이라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을 볼 때나 똑같이 시력저하로 어려움을 느낀다. 노안처럼 돋보기로도 교정이 안 된다. 노안과 같이 수정체의 탄력 저하가 원인이 아니라 우리 눈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망막 황반부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시력저하가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진행을 막고, 나빠진 시력을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황반변성은 불치병이었다. 황반변성 진단자의 대부분이 실명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광역학치료법과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를 안구 내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항체주사)의 등장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게 됐고, 어느 정도 시력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Q. 예방수칙이 있다면?

A. 우선 균형 있는 식생활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 생체노화시계를 가능한 한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강한 햇빛 아래 야외 활동은 피하고 외출 시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자외선 노출로 인한 눈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직·간접흡연을 피하고 고혈압 등 망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신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안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안과정기검진도 필요하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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