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설을 쓰는가라는 질문이 항상 나를 일으켜주는 힘”

[책과 길] 5번째 소설집 펴낸 손홍규 작가


소설가 손홍규(사진)가 지난달 펴낸 다섯 번째 소설집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는 등장인물이 떠올리는 과거의 한 순간으로 마무리하는 작품이 다수 실려 있다. 지난 13일 국민일보와 만난 손홍규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가장 빛나는 추억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소설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비교적 최근작을 제외하면 가장 빛나는 추억 이야기가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소설집을 여는 작품 ‘예언자’에서 각각 과거와 미래를 예언한 노인과 노부인은 둘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던 순간을 떠올린다. 이밖에 부친의 장례식장에서 며느리 역할을 하는 이혼 전 아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옛사랑), 이혼 전 중국인 아내가 들려주는 권주가를 들으며 잠들었던 술 취한 밤(환멸), 아내와 선을 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서로 어색하던 때 아내의 방에서 처음 밥상을 받았던 순간(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등도 추억의 빛나는 한 조각이다.

등장인물들이 균열을 일으키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을 취하게 된 것은 소설을 쓰던 즈음 손홍규가 관심을 두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그는 “그런 소설을 쓰던 시점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고민하던 때”라고 밝혔다. “현실이 남루하고 비참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빛나는 추억 하나씩은 있습니다. 비참한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무엇일까. 왜 여기까지 살아왔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쩌면 그 빛나는 순간들을 계속 되살리고, 복원하면서 견뎌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집에 노년과 노인에 대한 모티프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와 관련돼있다. “노년에 이르렀을 때 젊은 시절을 더 아름답게 추억하는 건 실제 삶이 그리워서라기보다 그 시절 내가 꾸었던 꿈을 되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중편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를 비롯해 9편의 중·단편이 실린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의 소설에 대한 질문과 탐구는 계속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내가 쓰고 싶은 건 소설과 비슷해 보이는 소설이 아니라 소설과 똑같은 소설임을 말해주고 싶었다”라고 썼다. 이는 이상문학상 수상 후 했던 “오래 전 내 꿈은 소설가였고 지금 나는 소설가인데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라는 말과 포개진다. 손홍규는 “소설가는 내가 왜 소설을 쓰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힘들 때마다 ‘너는 왜 소설을 쓰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를 항상 일으켜주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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