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연예·스포츠 > 스포츠

FIVB “랠리 종료 후 네트 잡아당긴 행위는 파울 아니다”

2020 사례집서 상세 설명… “김연경 레드카드·퇴장감” 주장 한국배구연맹 입장과는 완전 배치

김연경이 지난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V-리그 경기에서 공을 코트로 꽂으며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울(fault)이 ‘아니다(NO)’.”

국제배구연맹(FIVB)이 매년 공식 발간하는 사례집은 ‘랠리가 끝난 뒤 선수가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를 ‘파울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걸로 확인됐다. 이는 경기 뒤 네트를 끌어당긴 김연경의 행위를 ‘레드카드’나 ‘세트퇴장’ 감이라 답변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최근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그렇다고 KOVO가 네트를 잡아당기는 행위에 대해 따로 로컬룰을 명문화 시켜놓은 것도 아니다. KOVO가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점차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프로배구의 각 주체와 수많은 팬들을 기만하며, 오직 자신들의 입맛대로 리그를 운영하려 하는 게 아니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OVO는 지난 11일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강주희 심판이 네트를 잡아끈 김연경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자 강 심판에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리곤 김연경의 행위에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줬어야 했다고 공식 답변했다. KOVO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김연경의 행위를 제재해야 하는 건) 로컬룰이 아닌 FIVB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KOVO가 FIVB 규정을 따랐다고 했기에, 실제로 규정을 찾아봤다. 그 결과 KOVO의 견해는 사실무근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FIVB는 매해 1월 판정의 최신 트렌드에 맞춰 공식 규칙서, 가이드라인, 사례집을 개정해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 한다. 이 중 사례집은 규칙서 내용을 영상까지 구비된 사례와 엮어 친절하게 Q&A 방식으로 ‘적용례’까지 설명한 자료집이다. V-리그 운영 주체인 심판들, 그리고 KOVO 고위 관계자들도 당연히 이 모든 규칙은 숙지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사례집의 6.5항에선 김연경 건과 완벽히 들어맞는 사례를 영상과 함께 설명한다. 영상 속 빨간 유니폼을 입고 있는 8번 세터 선수는 상대 공격이 자신의 블로킹을 통과해 득점으로 연결되자 네트를 끝까지 잡아당기며 아쉬워한다. 이에 대해 사례집은 “랠리가 끝난 뒤 세터가 네트를 당겼다. 이게 파울이 돼야 할까?”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아니다”라고 단호히 자문자답한다. 비디오에 나온 네트 터치가 랠리가 끝난 뒤 발생했기 때문에 테크니컬 파울로 간주될 수 없단 것이다. 또한 “주심은 위반행위의 심각성에 따라 선수를 제재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네트를 잡아당기는 것(pulling down)은 실망한 선수(disappointed player)의 평범한 감정적인 반응(normal emotional reaction)일 수 있고, 심판의 ‘운용의 묘’(art of refereeing)에 따라 통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례집은 “‘랠리 도중’ 심판과 상대방을 혼동케 할 정도로 네트를 고의적으로 잡아당길 경우에만 이를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다만 “최근 접근법에 따르면 만약 부심이 선수가 상대편에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제스처나 발언 혹은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한 장면을 본 경우, 부심이 선수에게 자제를 요청함으로써 해당 행위를 바꾸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즉, 랠리 중에 이뤄진 무례할 정도의 행위에 대해서도 부심에 의한 ‘자제 요청’ 정도로 해결하는 게 FIVB의 공식 해석인 것이다.

KOVO가 김연경 행위에 대해 ①심판을 벌하고 ②상벌위원회 개최 의견을 내고 ③각 구단에 ‘과격 행동 방지 공문’을 보낸 이 모든 판단에 정당성을 부여한 FIVB 규정이 사실은 KOVO 시각과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KOVO 관계자는 “(네트를 잡아당긴) 정도의 차이”라고 다시 답변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KOVO도, 구단도, 감독도, 선수도, 팬들도 모른다.

올 시즌 유독 기준 없던 판정에 수차례 KOVO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진 A감독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저는 배구를 하며 인생을 배웠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인정해야 되는 거라구요.”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