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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법 개정 강행 말고 합의 추천 더 시도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필수 절차인 초대 처장 최종 후보 추천이 무산됐다. 예상은 했었지만 씁쓸하다. 여야가 공공선을 위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완전히 상실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듯이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오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해 공수처장 임명 및 공수처 출범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시 보장한 야당의 거부권을 빼앗겠다는 것인데 민주당 의석이 174석으로 절대 과반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법 개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간끌기로 공수처 출범을 무산시키려는 야당의 행태에 더는 끌려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을 겨냥해 “합리적 이유 없이 절차를 계속 지연시켜 (중략) 더 이상 무의미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보면 민주당 측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측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고 말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 야당에 비토권을 준 것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현저하게 해칠 후보 임명을 막을 권한을 준 것이지 자신들이 추천하지 않은 후보는 무조건 반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태도가 계속되면 몽니로 비쳐질 뿐이다. 야당과 코드가 맞는 후보가 공수처장이 된다면 그것도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여당이 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인신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정기관을 만드는 일인데 연내 출범으로 시기를 못 박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밟는 게 바람직하다. 여야 모두 자신만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공수처 출범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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