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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감염재생산지수

한승주 논설위원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대유행 중인 2020년 우리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영화에는 감염병 전문가가 이 바이러스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각 질병의 전파력을 수치로 표시한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때 기본 전파력의 크기로 ‘감염재생산지수’라는 개념이다.

한 명의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몇 명에게 옮겼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이 지수가 1이라는 것은 감염자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전염시켰다는 뜻이다. 감기는 1, 천연두는 3, 백신이 개발되기 전 소아마비는 4~6이다. 이 영화에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다. 고작 감기의 2배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2의 위력은 대단하다. 1명의 감염자가 2명에게 전파하고, 그 2명이 4명, 그 4명이 8명에게 옮기는 식이다. 이렇게 하루에 2배씩 늘어난다고 하면 수치상으로는 30일 뒤 10억명이 넘게 감염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는 어떨까. 세계적으로는 3~4라고 하니 영화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비상이다. 19일 0시 현재 일일 신규 확진자 343명으로 이틀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다. 지인 모임 등 일상 집단감염이 하루 10건 넘게 나오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6일 “감염재생산지수가 1.12”라고 밝혔는데 19일에는 이 지수가 1.5를 넘었다. 우리 방역당국이 생각하는 위험 기준은 1.1이다. 영국 BBC는 1.1만 되어도 60일 이후에는 확진자가 2만5000명까지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이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2~4주 후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이틀 만에 300명이 넘었다. 요즘 실제 확진자는 5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온다. 코로나 방역에 지친 일상이 불러온 작은 방심이 우리도 모르는 새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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