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제비를 돌았다
꿈속이었다

빨간셔츠의 선수가 잔디 위에서
펄쩍 뛰어오르더니
공중제비를 돌았다

당나귀가 한밤중에 마구간을 뛰어넘어
공중제비를 돌았다
긴장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기쁨이 지나갔다
슬픔이 지나갔다
발을 굴렀다

공중제비를 돌았다

혼자였다

최정례 시집 ‘빛그물’ 중

시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이유로 제시된 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살면서 수없이 긴장해야 했던 순간 공중제비를 돌며 긴장을 완화하다보니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었다. 반복해서 공중제비를 돌았는데 어느 순간 혼자 남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긴장을 느끼는 것도 긴장을 완화하려고 애쓰는 것도 결국 혼자의 일이었다. 시인이 번역한 제임스 테이트의 시 ‘무한한 시간’에서 일부 인용해 변주했다. 등단 30주년을 맞은 시인이 ‘개천은 용의 홈타운’ 이후 5년 만에 펴낸 일곱 번째 시집이다. 투명중인 시인은 시인의 말에 “병원 무균실에서 교정을 본다. 이제 곧 치료를 마치며, 쓰러져 헝클어진 묵정밭, 한권의 시집으로 일으켜 세워 묶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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