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고!” 민주당 공수처법 시나리오에 정국 급랭

與, 이미 구성된 추천위·野 비토권 부칙 등 통해 법 개정 후 소급 검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 무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불발되자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연내 공수처 출범을 완료키로 했다. 법안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소요시간 단축을 위해 기존 후보군을 그대로 유지하되 후보 추천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행 7명 중 6명이 동의토록 한 요건을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후안무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3주가량 남긴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사실상 종료된 것은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지연 행태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모든 후보를 비토해버리는 게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공수처장을 합리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법 개정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기존 후보는 유지한 채) 추천 요건만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종 2인으로 올랐으나 야당의 비토로 추천이 불발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연구관, 전현정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을 비롯해 기존 후보들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새로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경우 야당의 반발로 파행이 거듭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후보추천위 역시 시간 단축을 위해 기존 구성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백혜련 민주당 국회 법사위 간사는 “잠정적으로 현행 야당의 비토권과 이미 구성된 추천위를 부칙 등을 통해 법 개정 시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25일 법사위 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추천 요건은 7명 중 5명만 찬성해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더라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는 여야 구분 없이 국회가 추천위원 4명을 추천하고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후보를 선정토록 하는 개정안(김용민 의원)과 교섭단체가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추천하는 개정안(백혜련 의원) 등이 상정돼 있다. 민주당은 이미 제출된 법안들을 모두 조합해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야당의 비토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일정한 유예기간이 지나면 추천 요건을 완화하는 조건부 완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공수처 연내 출범을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할 때 정기국회 종료일인 내달 9일까지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 후안무치하다”며 “국민 분노가 목까지 차오르고 있다. 법치주의 파괴, 수사기관 파괴,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일을 국민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름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일방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막을 길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야당은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어서 여론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국회선진화법 등 많은 제약이 있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최후의 카드인 장외투쟁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의원은 “저희가 염치없지만 국민이 막아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23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부터 원점 재검토하자고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 원내대표는 “의석수가 많으니 멋대로 하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며 “모두 부적격이면 새 사람을 찾아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차례로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의장이 공수처법 개정 전 추천위를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법에는 의장 또는 추천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재현 김동우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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