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젓가락질 힘들고 구름 위 걷듯 휘청… 중풍 아니라는데 왜

당신의 목뼈 건강하십니까 ② 경추관협착증

목뼈 퇴행성 변화탓 척수 눌려 손상되면 통증
후종인대골화증도 원인… 악화 땐 사지마비·보행장애
목디스크와 헷갈리기 쉬워 신속한 진단·정기검진 필수

서울부민병원 허동화 척추센터장이 목 통증을 호소하는 남성을 진료하고 있다. 목뼈의 퇴행성 변화나 후종인대골화증 등으로 경추관이 좁아지면 그곳을 지나는 척수나 주변 신경근이 눌려 팔·다리 감각저하, 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혹시 풍을 맞은 건 아닐까요?’

김모(55)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얘기하며 대학병원 신경과 의사에게 물었다. 김씨가 경험한 증상은 이렇다. 조기축구 회원인 그는 얼마 전 중 볼을 다투다 목이 심하게 뒤로 꺾이는 느낌을 받고 땅바닥에 떨어진 적 있다. 그 뒤부터 몸에 이상이 느껴졌다고 한다.

일단 걸음걸이가 정상이 아니었다. 양쪽 다리가 뻣뻣하고 휘청거리며 걷다가 넘어질까봐 양다리가 약간 벌어지는 것 같았다. 딱딱한 바닥을 걷는데도 마치 푹신푹신한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손도 문제였다. 스마트폰 문자 보내기가 예전만큼 빨리 되지 않는데다 오타가 계속 났다. 그동안 잘만 하던 옷의 단추 채우기가 힘들었다. 젓가락질이 잘 되지 않아 식사 중 떨어뜨리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양손이 심하게 저리고 마치 장갑을 낀 것처럼 감각이 떨어졌다. 저림과 통증은 목 등 어깨 팔을 따라 퍼지는 것 같았고 몸통을 거쳐 양쪽 다리까지 내려갔다. 이런 증상은 고개를 숙일 때나 젖힐 때 더 심해졌다.

중풍(뇌졸중)이 의심돼 신경과를 찾았는데, 김씨를 진찰한 의사는 그럴 가능성은 떨어진다며 뜬금없이 척추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을 권유했다. 그는 ‘갑자기 웬 척추?’라는 생각에 의사가 미덥지 않았다. 며칠 후 다시 찾은 진료실에서 의사는 MRI를 보여주며 “목뼈를 지나가는 척수(중추신경)가 ‘후종인대골화증’으로 눌려서 생긴 신경 증상으로 경추관협착증이 원인”이라며 수술을 권고했다.

경추관협착증은 목뼈에서 척수 신경이 지나는 중심 통로(경추관)가 좁아지는 병이다. 허리의 척추관협착증이 목뼈에 생겼다고 보면 된다. 척수는 뇌에서 나와 경추를 지나 몸통으로 내려간다. 나이 들면서 목뼈와 주변 인대의 퇴행성 변화(목 디스크, 일자목증후군 등 포함)로 눌려서 손상 받으면 통증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아울러 김씨가 진단받은 생소한 이름의 후종인대골화증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초기에는 목·어깨 통증과 팔 저림 등 목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다만 경추관협착증은 목 디스크와 달리 증상이 수년에 걸쳐 진행될 뿐 아니라 점점 악화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펴낸 책에서 ‘당신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는 병’이라고 칭했다. 목 디스크는 통증과 감각 이상이 곧바로 나타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경추관협착증의 국내 유병률은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된 바가 없다. 학계에선 목 통증 환자의 약 20%가 경추관협착증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추통 진료 환자는 지난해 143만704명으로 2015년(108만6549명) 보다 31% 증가했다.

경추관협착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눌리면서 신경 손상에 의해 다양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허동화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장은 “초기에 치료 시기를 놓쳐 계속 진행되면 팔·다리의 감각 저하, 근력 약화, 아예 걷지 못하는 사지마비로 이어져 보행·배변장애 상황까지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추의 척수는 어깨와 팔 뿐 아니라 다리까지 가는 신경이 모두 지나간다. 그래서 척수 신경이 압박받으면 양쪽 손·팔이 저리고 손의 감각이 남의 살 만지듯 둔해지는 마비 증상이 생긴다. 반면 목뼈 주변 신경근이 눌리면 한쪽 손·팔저림, 어깨 및 날개뼈 주변 통증이 나타난다.

허 센터장은 “건강한 사람이 운동하다 혹은 계단에서 넘어지면 보통 염좌(삠) 정도가 발생하지만 경추관협착증 환자는 넘어지거나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신경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했다. 60대 이후부터 목 어깨 팔 통증을 비롯해 일시적으로 팔, 다리 등 신체 일부의 힘이 빠지는 증상을 경험했다면 세부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경추관협착증의 또 다른 원인인 후종인대골화증은 단순 협착이 아닌 척수 압박에 의한 신경 손상 증상(척수증)이 대부분이다. 후종인대는 목뼈 뒤쪽에서 위아래로 지나며 경추체를 앞뒤로 단단히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고 두꺼워지면서 뼈처럼 자라는 병이다. 목뼈 뒤쪽으로 자라날 수 밖에 없어 경추관을 자꾸 침범하고 그 안의 척수나 주변 신경근을 압박해 장애를 일으킨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계에 많이 발생한다. 한국에선 인구 100명 당 2~3명꼴로 발병하고 있다.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당뇨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고 고염 및 저단백 식사, 짧은 수면시간(하루 5시간 미만)이 빈도를 높인다는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 유전성을 띤다. 이동호 교수는 “일본에서 후종인대골화증이 있는 347명 가족을 조사했더니 2촌 이내 즉 부모 자식 간의 약 24%, 형제 간에는 약 30%에서 같은 질환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또 비교적 젊은 40대 이상부터 나타날 수 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대가 점차 자라나 더 단단하게 굳어져 신경 압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손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척수증)이 나타났다면 수술로 뼈처럼 단단해진 부분을 모두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이 교수는 “다만 진단 시 척수증이 없는데 미리 예방적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경추관협착증은 기본적으로 목에 통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단순 목 통증이나 디스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이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전문가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허 센터장은 “신경을 압박해 척수증이 나타나면 젓가락질하거나 물컵을 쥐기 힘들 정도로 힘이 빠져 일상생활이 어렵고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후종인대골화증은 경과 관찰이 중요한 만큼 병원 및 주치의를 지정해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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