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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아파트에 대한 환상

라동철 논설위원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1930년 일본 기업 미쿠니 상사가 서울 회현동에 직원 숙소용으로 지은 한 동짜리 벽돌식 공동주택이다. 지금 보편화된 대규모 단지 형태의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1962년 서울 도화동에 건설한 마포아파트가 최초다. 7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주거 편의를 높인 현대식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아파트는 점차 중산층의 상징이자 도시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파트는 주거공간이 독립적이어서 사생활 보호에 적합하고 범죄 등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마트, 미용실 등 편의시설과 학교 등에 가까운 데다 주차공간을 갖추고 있어 일상 생활에 편리하고 투자 가치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아파트는 빠르게 우리 주거문화를 잠식해 들어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총 아파트는 1129만 가구로 전체 주택(1813만 가구)의 62.3%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많은 주거유형인 단독주택(21.6%)의 3배나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아파트 비중은 2005년 52.7%로 절반을 넘긴 뒤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아파트 사랑은 그 어느나라보다도 유별나다.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다보니 이런 흐름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이 최근 이런 흐름에 반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진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공공 임대주택에서 열린 현장간담회 도중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들도 요즘엔 주거 환경이 우수한 곳이 많기 때문에 굳이 아파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게다. 진 의원은 반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데, 그의 발언이 아파트 생활을 꿈꾸는 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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