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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남았다 제발 걸리지 말자’ 눈물겨운 수능 대비 전쟁

한 남학생이 22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 앞에 붙은 방문자 출입통제 강화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재확산하면서 수험생들의 고민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시험이 연기돼 이전 수험생에 비해 수험 생활이 길어진 데다 감염병 사태 속 시험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한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 황모(18)군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예약을 했다. 평소 체온이 37도를 넘나드는 체질인데 수능 당일 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시험장 입장이 거부될까 두려워서다. 황군은 시험 직전 병원에서 평소 체온이 높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미리 받을 예정이다. 황군은 22일 “지난 9월 모의평가 때도 시험 직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보건소에서 받은 ‘음성’ 메시지를 캡처해 뒀었다”며 “혹시 “기침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돼 벌써부터 패딩점퍼 안에 조끼까지 겹쳐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시험을 목전에 두고 혹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될까 두려워 동선을 최소화하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 수험생 배모(19)양은 지난 주말 교실과 스터디카페에 뒀던 책을 모두 집으로 옮겨왔다. 배양은 이후 아파트 단지 내 산책 외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배양은 “확진 판정을 받아도 수능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면서 “친척 오빠가 11년 전 신종플루에 걸린 상태로 수능을 봤다가 성적이 잘 안 나와 재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기겁했다”고 전했다. 재수생 김모(19)씨도 “자꾸 예민해지기만 해서 뉴스도 잘 안 보고 지낸다”고 했다.

교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이모(34)씨는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면 바로 학교에 이야기하라’고 수차례 공지했다”면서 “수능 이후 치러질 정시 전형 준비는 손도 대지 못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혹여나 수능을 통해 코로나19가 더 확산돼 입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수험생 학부모 최모(54·여)씨는 “시험장에서 모여 하는 식사는 금지한다고 하는데, 별도 식사 장소에 대한 안내를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수능 이후 확진 판정으로 논술고사나 다른 전형 응시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코로나19 재확산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수시모집 전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충청권의 한 대학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면접고사를 진행했다. 당초 학교에서 녹화 면접을 진행하려 했지만 갑자기 수도권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서울의 대형 컨벤션센터에서도 면접을 보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면접을 포기하려 했던 수험생에게 재응시 기회를 제공하면서 불공정 논란도 빚어졌다.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수험생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다가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황윤태 김지애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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