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깜놀이네’ 배달의 명수 등 14곳 공공배달앱 실적 평가

처음 시작 군산부터 충북도까지… 배달 주문 폭주하면서 성공 평가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이동 중인 배달 라이더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조건부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 배달앱 시장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두 회사의 합병에 배민의 수수료 논란까지 겹치며 대안으로 제시됐던 게 ‘공공배달앱’이었다. 독과점을 견제하면서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정치권 안팎에서 제안했던 공공배달앱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22일 공공배달앱을 운영 중이거나 운영 예정인 지방자치단체는 14곳(아래 표 참조)이다. 공공배달앱도 중개수수료가 전혀 없는 경우부터 2% 안팎의 낮은 수수료를 받는 경우 등 다양하다. 운영 방식은 지자체가 공공배달앱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경우와 기존의 중소 배달앱을 활용한 민관협력형으로 양분된다. 공공배달앱 논의 초기에는 지자체가 앱을 개발하는 방식이 주류였으나 ‘세금으로 배달앱을 만든다’는 등의 비판에 민관협력방식을 택한 곳이 늘었다.


지난 3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공공배달앱을 시작한 전북 군산시 ‘배달의명수’부터 지난 9월 서비스를 도입한 충북도까지 배달 건수 기준 성적표는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군산시 ‘배달의명수’는 출시 첫 달에는 주문건수가 5000여건이 채 안됐지만 5월엔 4만여건까지 증가했다. 현재는 월평균 3만여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인천 서구에서 지역화폐 ‘서로e음’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 중인 ‘배달서구’는 5월 주문 건수 7844건에서 8월 3만2710건, 9월 6만587건, 10월 8만371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달 기준 배달 가능 지역 음식점 4곳 중 3곳은 입점한 상태로 소비자들 선택지도 넓어졌다.

지난 9월 민간주도형으로 만들어진 충북도의 ‘충북먹깨비’는 평일엔 하루 평균 500여건의 주문이 들어오지만, 할인행사가 있을 땐 평일 1500여건에서 주말 3000여건까지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도내 배달음식점의 70% 이상이 입점하기도 했다.

허니비즈(띵동) 제공

같은 달 출범한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은 민간 배달앱들의 연합체 성격이라 통합 주문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니온에 속해있는 배달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띵동’은 지난달 주문량이 전달 대비 15% 상승했고, 첫 주문 고객과 신규회원수는 각각 5배씩 늘었다. 특히 지난 10~17일 서울시와 함께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 시 20%를 할인해주는 ‘제로배달 행사주간’을 진행했을 때는 앱이 다운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공배달앱을 이용하는 게 ‘착한 소비’라는 인식이 있는데다 할인율이 높은 지역화폐와의 연계에 힘입어 꾸준한 이용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대형 배달앱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도 사업 초기긴 하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진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니온에 속한 배달앱들은 중소업체기 때문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렵다”며 “전통시장이나 비건, 할랄푸드 등 틈새시장을 노려 점차 점유율을 높여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형 배달서비스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고 지역화폐와 연계해 소비자는 많은 할인 혜택을, 지자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배달앱이 성장하면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을 견제하는 장치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배달앱의 도입으로 현재 대형 배달앱이 독점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공적인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창출하는 등 시장의 혁신성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북도 제공

하지만 공공배달앱이 시장 경제에 배치되는 정치적 행태라는 비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정치가 개입된 것은 잘못”이라며 “자영업자들에게 중요한 건 ‘비용’보다도 ‘매출’이기 때문에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형 배달서비스 성과가 지역화폐와 할인 이벤트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극복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10% 특별할인이 적용되고 있지만 특별할인이 계속 이어질 순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으로 마케팅을 지원하게 돼 ‘세금 투입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광역 지자체와 시·군·구 차원에서 제각각 공공배달앱을 내놓으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도 차원에서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마련했지만 경기 성남시와 강원 춘천시에서도 개별적으로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전북도와 경북도는 올 상반기 공공형 배달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두 지자체 모두 광역 단위에서 통합 플랫폼을 추진하는 게 효율성이 있을까를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두 지자체 모두 “추진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긴 해도 계획을 아예 접은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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