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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돌아온 비트코인… 디지털 경제 화폐 넘어 金 대체할까

거침없는 하이킥… 몸값 쑥


투기와 자금세탁 수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천대받아온 가상화폐(암호화폐) 대장 비트코인이 다시 하이킥 모드다. 2017년 12월 역대 최고치인 1만9665달러를 찍은 이후 3분의 1토막 밑으로 떨어졌던 가격이 미국에서 20일(현지시간) 1만8824달러까지 올라섰다. 23일 국내 시장에서는 2000만원 넘게 거래됐다. 올해 들어 150% 이상 급등한 셈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슬금슬금 오름세를 탔다.

이유 있는 비트코인 랠리

특히 최근의 급등세는 ‘이유 있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상화폐 동반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통화 당국이 투기와 자금세탁 오명을 씌우며 견제하려 해도 가상화폐를 인위적으로 억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미국의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2600만여개 매장에서 가상화폐를 매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의 부활 신호탄을 쐈다.

여기에다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이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고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13일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확장성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고 분산돼 있지도 않으며 화폐도 아니다”라면서도 “부분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0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모든 사기와 거품의 어머니”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태도와 비교하면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뀐 셈이다. 17세기 투기 파동을 일으킨 튤립 구근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비난한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 18일 뉴욕타임스 주최 행사에서 가상화폐의 기술인 블록체인이 “돈을 더 저렴하게 옮길 수 있게 해주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지급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JP모건은 ‘JPM 코인’이라는 가상화폐 도입을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고 최근 대형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상업적 사용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올해 8월 처음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가상화폐 운용사들을 찾는 투자수요도 크게 늘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의 운용자산은 최근 104억 달러로 9월 대비 75%나 증가했다. 경쟁사인 코인셰어스의 운용자산도 올해 150%나 늘었다.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이사는 운용자산이 많이 늘어난 데 대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은 가치저장 수단, 인플레 헤지수단, 디지털 금, 화폐의 수단으로 여긴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월가 투자은행을 비롯한 미국 금융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 최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이 임박한 중국 인민은행의 행보를 의식한 측면도 강하다.

비트코인 강세는 올들어 4%가량 떨어진 달러화의 위상을 반영한다. 미국 대선에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바이드노믹스 추진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과 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 가시화에 따라 내년 중 달러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6% 하락을, 씨티은행은 심지어 20% 하락까지 예상할 정도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달러화 가치 약세가 중론인 상황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단기 달러 급락 혹은 1970년대와 같은 중장기 달러화 가치 약세로 이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금을 몰아낸다고?

심지어 비트코인이 달러화와 더불어 안전자산의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지는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미국 TV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인 금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내구성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금에 투자한 뒤 실제 골드바를 주고받는 것보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편리하다”며 “비트코인이 상당 부분 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치뱅크는 “달러 위험이나 인플레이션 등을 헤지하는 데 쓰이던 금을 비트코인이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톰 피츠패트릭 씨티은행 투자전략가는 내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통화 팽창과 달러 약세 속에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하고 “비트코인이 1970년대 금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선언으로 온스당 35달러였던 금 가격은 1980년대 초 온스당 600달러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들은 비트코인의 위상 강화를 반영한 것이지 실제로 금을 대체할 정도로 입지를 다지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부정적 시각 해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교환수단과 가치저장 기능 등을 수행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일부 투자자의 부정적 시각에 편승해 결제통화로서의 비트코인 위상 강화에 대해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국제결제은행(BIS)을 필두로 한 각국 중앙은행 등 통화주의자들의 견제도 변수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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