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면했지만 우리 괜찮을까요? 자가격리 호텔의 고민

기존 이용료 60% 수준… 급한 불 꺼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호텔 중 일부는 자가격리시설로 탈바꿈해 겨우 폐업을 면하고 있다. 사진은 정부합동지원단 관계자들이 지난 6월 해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인천의 한 호텔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반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였던 호텔 가운데 일부가 자가격리 시설로 탈바꿈해 폐업을 면하고 있다. 다만 자가격리 투숙객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다 받아내야 하고 ‘자가격리 호텔’이라고 낙인 찍힐 우려도 있어 마냥 달갑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 6월부터 격리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한 호텔 관계자 A씨는 23일 “손님이 줄어 아예 휴업할 상황이었는데 자가격리시설로 선정돼 겨우 살아남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가격리자를 수용하지 못했다면 결국 이번 여름을 버티지 못하고 직원들이 다 그만둬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호텔은 매출 급감으로 존폐 기로에 서자 스스로 지방자치단체에 연락해 시설 전환 의견을 전달했다.

올 상반기 월 매출이 ‘0원’에 가깝게 떨어졌던 이 호텔은 자가격리자를 수용하면서 현재 전년 대비 80% 정도 매출을 회복했다. 지난 3월 10%도 안되던 객실 점유율도 이제 70%까지 올라왔다. 식사 세 끼를 포함해 하룻밤에 10만원을 받는다. 원래 이용료의 60%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문을 닫았을 것이다.

하지만 호텔 입장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코로나19 국면이 끝난 후 격리시설로 이용됐던 사실이 낙인으로 남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A씨는 “당장 문을 닫을 위기라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자가격리시설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며 “코로나 국면이 끝나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중점 홍보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격리생활을 하는 투숙객이 쏟아내는 불만과 각종 요구사항을 직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워하는 자가격리자 특성 때문에 이들의 ‘컴플레인’도 과거의 2~3배에 달한다고 한다. ‘중도 퇴실이 가능하느냐’는 문의가 걸핏하면 쏟아지는 것은 기본이고, ‘이러면 도망가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손님도 적지 않다. 호텔 직원 B씨는 “손님도 힘든 것은 알겠지만 막상 그 하소연을 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이 감염에 취약한 근무환경에 놓이게 된 것 역시 큰 고민거리다.

실제 서울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자가격리 호텔’ 일부는 격리자의 민원을 감당하지 못해 일반 호텔로 다시 전환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들이 ‘입소 규정이 까다롭다’ ‘식사가 마음에 안 든다’ ‘시설이 별로다’라는 민원을 계속 보건소에 넣어 지자체가 운영을 철회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가격리시설로 운영된다고 해서 모든 호텔이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격리시설로 활용되는 호텔 중에는 1명의 입소자 때문에 수십명의 일반 고객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곳도 있다”며 “방역 가능 기준 등을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원하는 호텔이 전부 자가격리시설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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