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시대 열겠다더니 ‘공공임대주택’ 살라는 정부

무주택자도 예외없이 대출막아


정부가 최근 내놓은 11·19 전세대책은 공공임대주택의 공실과 신축 빌라나 상가·오피스 공실 등을 모두 합쳐 11만4000가구의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공급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책 내용을 모두 합치면 한 마디로 ‘전세용 공공임대주택 보급’으로 요약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 최근 불거진 부동산시장 난맥상이 심화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공공임대주택 공급만 자꾸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6·17 대책 등 정부 규제 후폭풍으로 7~8월 매매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꺼냈다. 서울 권역에 13만2000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밝힌 8·4 대책에서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면서도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중산층도 들어갈 수 있는 ‘질 좋은 평생 주택’을 검토하라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반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를 돌파했다.

하지만 매매든, 전월세든 시장에서는 물건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가 시장 원리와 다소 거리가 먼 공공임대주택 공급만 계속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3일 “우리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하는데, 현 정부는 공공이 모든 주택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계속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애초 정부·여당이 공언한 ‘1가구 1주택 시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무주택자에게도 예외 없이 대출 규제를 적용하고 신용대출 길까지 막으며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끊고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공공임대주택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현 정부가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막으면서 가재, 붕어, 개구리로 평생 살라고 하는 것”이라는 날 선 반응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 의원이 다수인 국회 도시공간정책포럼 창립기념식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까지 선진국처럼 올려가는 것이 부동산 문제의 중요한 해법(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1·19 대책 때 나온 공공임대주택 공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요즘 같이 부동산 품귀현상이 심할 때도 서울 시내에 수천 가구의 공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임대주택이 수요자와 미스매치(부조화)가 많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시장 수요와 맞지 않는 공급이 오히려 나중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간의 공공임대주택 급증이 부동산시장 조정기 때 충격파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교수는 “올해 규제 영향으로 서울 외곽의 중저가 주택 매매가 늘고 가격이 올랐는데도 ‘패닉 바잉’이 이어졌는데 공공임대주택이 급속도로 확대될 경우 추후 부동산 가격 조정기 때 이런 주택들부터 수요가 공공임대로 흡수되면서 중저가 주택의 경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서민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 것이 중저가 주택을 매입한 또 다른 서민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의 지나친 확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부채를 늘리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주거 품질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11·19 대책에서 매입임대주택의 매입 단가를 높이고 고품격 자재를 사용해 품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다세대주택 위주의 매입임대주택은 주민공동시설이나 놀이터 등 주변 인프라 측면에서 아파트보다 부족한 게 많다고 지적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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