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에 ‘지일파’ 강창일 내정… 文, 한·일 관계 개선 의지

정치인 출신 대사 발탁 이례적… 징용 배상 등 현안 해결 나설 듯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임 주일대사에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강 전 의원이 지난해 국회 방일단의 일원으로 일본 출국길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임 주일 대사에 ‘지일파’ 강창일 전 의원을 내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전 의원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당사국에 대한 대사 임명 동의 절차 등을 거쳐 임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일대사 교체는 남관표 현 주일대사의 지난해 5월 부임 이후 1년반 만이다.

강 전 의원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객원교수를 지냈다.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고, 의원 재직 시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에 이어 회장을 역임했다. ‘일본통’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다.

강 대변인은 “일본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는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등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취임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면서 한국 정부를 중심으로 한·일 관계 개선 시도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정치인 출신을 주일 대사로 발탁한 것은 한·일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일련의 흐름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의원은 정치력을 앞세워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제징용과 관련해) 협상 테이블에 앉자”며 “(먼저 한국에) 대안을 가져오라고 하는 건 대화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지소미아 종료 연기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다만 현안 해결의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질문엔 “일단 (일본에) 가서 인사를 해야할 것”이라며 “정치할 때와 달라서 (한·일) 현안 같은 건 말할 수 없다. 대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스가 총리 취임 당시엔 “겸손하고 사람이 좋다”며 “파벌이 없고 무색무취여서 아베 전 총리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강 전 의원은 일본통이지만 원칙과 소신을 앞세워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본에선 이런 이유로 강 전 의원을 강경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간교하고 치졸하다”며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다”고 비난했다. 당시 한국 정부 대응까지 비판하자 이해찬 대표가 손가락으로 ‘X’ 모양을 그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임성수 김영선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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