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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사유리 출산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가 남성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비혼모의 출산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응원 댓글이 이어지는가 하면 ‘아빠 없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봤느냐’ ‘가정의 의미를 파괴시켰다’ 등의 철부지 치기로 폄하하는 질타도 잇따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대한산부인과학회 가이드라인이 있다. ‘남편의 동의를 받은’ 여성만이 시험관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유리는 이 때문에 한국에서 시술받기를 포기하고 일본 정자은행을 택했다. 우리나라 정자은행은 불임·난임 부부에 한정해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나 여자 후배들을 보면 사유리처럼 결혼은 하기 싫은데 아이는 갖고 싶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여성들의 권리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한국 결혼제도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때문이리라.

저출산이 심각한 우리나라로선 비혼 출산이 저출산을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년 전 0.98명에서 더 추락한 것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프랑스는 혼외 출산이 전체 출생의 절반으로 늘어나자 2006년 적법한 출산과 혼외 출산을 구별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동등한 지원을 해주면서 출산율이 올라갔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들도 미혼모 가족을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받아들이며 정책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비혼 출산은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다가올 문제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누구의 소유물이 되거나 함부로 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남녀가 결혼해 축복된 가정을 꾸리고 그 속에서 사랑의 결실로 새로운 생명이 잉태돼야 하는 것이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던 사회적 관념이다.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취해 하와를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 섭리라고 믿었다. 비혼 출산은 전통적인 가정의 의미를 해체하고 우수한 정자만 받으려 하는 등 상업적 거래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해외에선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랫동안 터부시됐던 이혼도 흔해졌다. 이러한 시대적·사회적 변화를 언제까지 우리만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코로나는 한국교회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교회 문을 닫아야 했고 온라인 예배가 일상이 돼 버렸다. 토요예배를 도입한 교회가 등장하는가 하면 4년마다 목회자와 장로 등 중직자들의 재신임투표를 하는 교회도 나왔다. 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전 담임목사는 “코로나로 제2의 종교개혁이 도래했다”며 “하나님께서는 특정 공간의 예배를 절대화하던 우리에게 ‘온라인 예배’라는 대포를 쏘셨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특정 공간에 갇히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이신 하나님께, 무엇에도 구속받거나 예속당하지 않고 영과 진리로 예배드리기 시작하는 기회가 도래한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를 펴낸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했다. 교회가 기독 정신을 살려 하나님 나라를 건설한다면 100년 뒤에도 남지만 목회자 등 교회를 주관하는 이들이 교회만 잘 키우면 기독교는 그걸로 끝난다고 했다. 예수님은 계명과 율법을 버리라 했는데 한국교회는 교리주의, 교권주의, 교회주의에 빠져 있다고 일갈했다. 중학생 때 교회에선 ‘주일에 공부하면 죄’라고 해서 일요일 자정을 넘긴 뒤 공부했는데 그런 교리가 얼마나 큰 잘못이냐는 것이다. 교리를 진리로 바꾸고 기독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노교수의 일침이 와닿는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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