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살아있다는 느낌 주는 게 음악”

美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3년 만에 앨범 ‘모차르트’ 발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첫 정식 앨범 ‘모차르트’를 24일 발매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 마련된 신보 기념 간담회에서 선우예권이 수록곡을 연주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4일 발매한 첫 정식 앨범 ‘모차르트’에는 CD 2장에 모차르트 A단조 K.511 악보가 부록으로 담겨 있다. 이 악보가 특별한 이유는 안에 선우예권의 연구 흔적이 가득해서다. 그는 작품에 대한 본인 해석을 악보 행간에 빽빽이 채워 놓았는데 특히 사이사이 주석처럼 달린 ‘Hopeful’(희망찬) ‘Solace’(위로) 같은 단어들이 시선을 붙든다.

이 언어들은 선우예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신음하는 국내외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이기도 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신보 간담회에서 선우예권은 “8월에 독일에서 앨범을 녹음하고 코로나19로 너무 우울해 피아노를 두 달 쉬었다. 그랬던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건 연습을 재개했을 때였다”면서 “음악은 큰 힘이 있다. 이번 앨범이 많은 분에게 위안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음악계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모차르트’가 세계 콩쿠르 8회 우승에 빛나는 선우예권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앨범’(2017) 이후 3년 만에 낸 사실상 첫 스튜디오 앨범이어서다. 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이 코로나19 여파로 ‘셧다운’ 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녹음된” 이번 앨범은 유니버설뮤직의 유서 깊은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선우예권은 이날 행사에 앞서 ‘터키행진곡’ 등 수록곡을 이전보다 한층 깊어진 선율로 펼쳐 놓았다. 앞서 콩쿠르·공연에서 다양한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선보인 그가 첫 앨범 주제로 비교적 보편적인 모차르트를 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작곡가여서”다.

선우예권은 “대부분 모차르트의 경쾌한 음악을 많이 상상하지만, 곡들을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면도 있고 드라마틱하다”며 “앨범 녹음할 때 오페라 가수들을 상상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15살에 미국 유학길에 오른 선우예권이 동료로부터 처음 인정받고, 반 클라이번에서 호평받은 곡도 모두 모차르트의 작품이다. 선우예권에게 모차르트가 갖는 의미가 남다른 셈이다.

앨범 수록곡은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들로 꾸려졌다. 첫 번째 CD는 모차르트 소나타 10·13·11번을 담았고, 아다지오와 환상곡으로 시작하는 둘째 CD는 소나타 16·8번과 론도로 끝을 맺는다. 디지털 앨범에는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터키 행진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담겼다. 곡 배치에도 신경을 쏟았다는 선우예권은 “시대적인 순서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순서를 정했다”며 “첫째 CD에는 어디서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둘째 CD에는 공허함을 달랠 수 있는 음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선우예권은 다음 달 30일 광주를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서울·부산·제주 등에서 앨범 발매 기념 전국 투어에도 나선다. 철저한 방역 아래 진행되는 이번 투어에서 관객은 반 클라이번 당시보다 훨씬 성숙한 그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선우예권은 “최근 3년 전 콩쿠르 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그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부족해 보이더라”며 “지금 연주한다면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투어가 작은 피아노 소리와 공간이 주는 울림, 흐르는 공기 소리까지 관객에게 아름답게 전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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