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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라이프 고스 온

한승주 논설위원


운전 중 창밖을 보던 방탄소년단(BTS) 뷔의 시선이 머문 곳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다. 불과 1년여 전 4만3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했던 곳. 그러나 이제는 모일 수도 소리칠 수도 없다. 대형 스타디움을 바라보는 뷔의 표정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BTS 새 앨범 ‘비(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종 바이러스가 2020년을 삼켜버렸다. 많은 이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며 불안하고 무기력해졌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으로 불리는 BTS도 마찬가지였다. 올 한 해 예정된 해외 투어가 줄줄이 무산됐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갑자기 넘어진 느낌이었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멈춰 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일곱 명의 청년은 ‘라이프 고스 온’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에 물 흐르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음악, 강렬한 퍼포먼스 대신 목소리로만 감정을 실어 나르는 이 곡에서 BTS는 말한다. “그럼에도 살아가자”고. 코로나 시대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것일까. 지난 20일 공개된 새 앨범의 반응이 뜨겁다. 이미 200만장 이상 팔렸다.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 입성이 유력하다. ‘라이프 고스 온’은 전 세계 90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해외도 심각하지만 우리 역시 코로나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24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됐다. 이대로 가다간 열흘도 채 안 남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제대로 못 치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다. 서울시는 “코로나가 모든 걸 멈추게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강력하게 멈춰야 한다”며 연말까지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이란 초강수 정책을 내놨다. 크리스마스·연말 모임 같은 시민의 일상이 사라질 테다.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의 절망과 시름이 깊다. 이 모든 것이 원치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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