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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걸린 즉시연금 소송, 승패 가른 건 ‘불완전 판매’ 이슈

미지급금 반환청구 첫 승소 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보험금이 예상보다 덜 지급됐다며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첫 승소 판결이 나오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 준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금융 상품에 대한 보험사의 약관 명시·설명 의무를 강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총 8000억원~1조원에 달하는 미지급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3단독(남성우 판사)은 지난 10일 미래에셋생명 즉시연금(10년 만기 환급형) 가입자 2명이 낸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8년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과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채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연금월액을 산정해, 보험금이 덜 지급됐다며 공동 소송을 했었다. 즉시연금이란 목돈을 한번에 납입하고 바로 다음 달부터 연금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만기가 되면 원금은 모두 돌려받는다. 이 가운데 만기환급형은 보험사 측에서 매달 연금액을 일부 떼서 만기환급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1억원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보험사는 500만원을 사업비로 떼고 남은 9500만원을 굴려 수익을 내고 매달 연금으로 준다. 그런데 만기 때 1억원을 돌려주려면 보험사 측에서 500만원을 다시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가입자의 보험금을 운용해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일부를 떼어 미리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으로 마련했었다.


27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연금월액 산출 방법은 보험사가 명시·설명해야 할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산출 방법서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는 것과 함께, 연금월액이 어떤 방법으로 결정되는지 명확히 설명해 고객이 보험계약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는 만기환급형 상품의 경우 공시이율이 바뀌면 연금월액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만 연금월액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만기환급금으로 적립된다는 점을 명시·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입자가 받은 가입설계서에 5% 공시이율, 최저보증이율 2.5%가 적용될 경우의 연금액만 나와 있는데, 이를 두고 만기환급형 상품은 연금액 중 일부가 만기환급금 재원으로 적립된다는 점이 설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예시 금액을 통해 종신형 상품보다 만기환급형의 연금월액이 더 적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재원 적립을 알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종합하면, 산출 방법이 복잡한 금융 상품에 대해 보험사 측이 가입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유·불리 사항을 안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해당 상품 약관에 기재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이라는 문구로 연금월액 산정방식을 충분히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와 같은 문구만으로는 지급금액이 어떠한 방법으로 산출됐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약관과 가입 시 고객에게 제시한 설명자료를 통해 연금액 지급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판단한다”며 “해당 내용을 근거로 항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NH농협생명 즉시연금 관련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에선 원고인 가입자들이 패소한 바 있다. 두 판결이 차이가 났던 이유는 약관에 적힌 문구 때문이다. 농협생명 약관에는 만기 환급금 적립을 위한 연금액 ‘차감’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즉시연금 반환 소송에서 첫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큰 생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2018년 금융감독원 추산에 따르면, 보험금 미지급액은 삼성생명이 43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등이다. 보험금 미지급액이 가장 큰 삼성생명은 이 가운데 일부는 지급한 상황이다. 당시 삼성생명 측은 “실제 지급되는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로 예시된 연금액보다 적게 지급된 경우 고객 보호 차원에서 그 차액을 추가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대응책을 마련하면서도 미래에셋생명 소송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 존재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2년 삼성생명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지급’이라고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즉시연금 관련 보험사가 보험금을 덜 지급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즉시연금을 판매한 모든 생보사들에게 미지급금을 돌려주라고 권고한 바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한생명, DB생명 등은 권고대로 전액 지급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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