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생명 죽이면 안되고 태아는 된다는 건 모순”

[너는 세상의 빛] (4) 홍순철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

홍순철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정부가 지난달 초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한 후 한국교회 등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입법 반대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언론사 등에서 ‘팩트 체크’ 등의 이름으로 쟁점들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찬성 입장만 부각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를 지난 18일 만나 법안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홍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모자보건학회 부회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낙태죄 관련 법 개정안을 어떻게 보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의학적으로 임신 20주 이전에 태아 사망 등으로 인한 임신 종결을 유산, 20주 이후는 조산(조기 분만)으로 정의한다. 의료계는 임신 22주 이하 아기의 생존율을 10.5%, 임신 23주는 38.9%, 임신 24주는 54.5%로 보고하고 있다. 현재 많은 고위험 임신부가 조산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임신 24주 이내에는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를 허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 사회·경제적 여력이 안 되면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 눈에 보이는 생명은 죽이면 안 되지만, 배 속 아기는 죽일 수 있다는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배 속의 아기를 합법적으로 살인할 수 있게 한다고 입법예고한 셈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임신중절 시기를 10주 미만으로 권고한 이유는.

“태아가 임신 5주 3일이 되면 심장박동이 시작된다. 6주엔 작은 심장과 기본 골격을 갖춘다. 10주부턴 사람의 모습과 똑같다. 이때 태아는 신경관을 스스로 닫아버리는데 이는 운동·감각신경이 있다는 뜻이다. 통증의 정도는 태아가 말을 못 해 알 수 없지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감각신경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결과 우리나라 여성들의 임신 중절 시기는 평균 6.4주다. 8주 이하가 84%, 12주 이하가 95.3%로 대부분 임신 초기에 낙태함을 알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비교적 안전하며 대부분의 낙태가 이뤄지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런 이유로 태아의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임신 6주 정도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하는 게 그나마 낫지 않나 싶다.”

-임신 10주 후 낙태가 위험한 이유는.

“임신 중기 이후의 낙태에선 태아뿐 아니라 엄마의 고통도 더해진다. 14주부턴 태아의 뼈가 단단해져 낙태시술을 할 때 위험하다. 여성의 자궁경부가 2㎝ 정도 열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여성 건강에 부담을 많이 준다. 과다 출혈로 사망한 분도 있다. 약물 또는 시술을 통한 임신 중기 이후의 낙태는 골반염, 불임 등 여성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러나 정부의 개정안은 임신 24주까지 낙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여성 건강을 위협한다.”

-육체적 후유증뿐 아니라 정신적 후유증에 대해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낙태한 여성의 70%는 낙태증후군을 겪는다.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평생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여성들은 낙태 후 언제든지 임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난임이나 불임으로 이어지는 분도 많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 허용에 대해 우려하는 점은.

“지금은 아기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고민하는데 낙태가 합법화되면 임신부가 두려움 때문에 낙태라는 선택을 쉽게 할까 걱정된다. 예를 들어 임신부가 경미한 약을 먹었을 때 기형아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큰데 실제로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은 2% 미만이다. 임신부가 이런 두려움을 상당 기간 참으며 적절한 상담을 받으면 아기를 지킬 수 있는데 낙태가 합법화되면 사회·경제적 사유라며 낙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미성년자의 낙태, 약물 낙태에 대한 의견은.

“낙태 관련 법 개정안은 16세 이상의 경우 낙태를 허용한다. 청소년들이 자유로운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소지가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약물 낙태도 결코 가볍게 다뤄선 안 된다. 복통 출혈 감염 난임 등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 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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