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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수혜’ 잘 나가는 게임업계, 남모를 속앓이


‘언택트’ 순풍을 등에 업은 게임 업계가 올 3분기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비대면 문화 활동이 확산되며 게임사가 수혜를 등에 업은 모양새다. 더구나 ‘3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우상향 곡선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대작을 만들어 지금의 ‘불장’에 연료를 공급해야 한다는 ‘훈수’가 나오지만 게임사들은 “마티즈가 벤츠보다 비싸게 팔리는데 어떻게 벤츠를 만들겠느냐”고 말한다. 모바일에 치중된 개발 라인업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 팬들의 비판이 빗발침에도 실적지상주의가 팽배한 현 상황에서 기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거다. 인식이나 정책의 뒷받침 또한 부족한 탓에 국내 게임사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3분기에도 게임사들은 실적이 팡팡 터지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매출 5852억원, 영업이익 21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7%, 69% 상승한 기록을 세웠다. 넷마블 또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423억원, 영업이익 874억원, 당기순이익 925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6%, 9.2% 성장했다. 넥슨은 이번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52% 상승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견 게임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지난 18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3분기 매출 3499억원, 영업이익 16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47.4%, 465.1% 올랐다.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이다. ‘따상상(공모가 대비 2배 시초가 형성 후 2회 연속 상한가)’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동기와 비교해 영업이익 178%, 순이익 697%가 올랐다. 컴투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0.4% 상승했다.


이렇듯 게임 산업의 유망한 장래성이 연일 부각되며 투자시장에서도 ‘핫이슈’로 다뤄지고 있지만 정작 게임사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 높은 국내 학구열 때문에 게임을 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데다가 정부가 관련 산업 진흥을 취지로 지난 2월 내놓은 게임법 전부 개정안은 ‘사실상 규제법’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표류 중인 가운데 국회에서는 별도의 전부 개정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차별 문제도 여전하다. 근 몇 년간 국내에 잠식한 중국 게임의 경우 표절, 선정적 광고, 먹튀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해외 게임이란 이유로 무분별하게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지난 9월 발표한 게임광고 시범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부적절한 게임 광고는 한국, 미국, 일본을 합친 숫자와 비슷했다. 이달 초에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한복은 중국 전통 문화’라는 중국 네티즌의 낭설을 옹호하다가 돌연 국내 사업을 철수하는 일도 있었다.


‘국내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무려 98%에 달했다. 넷마블은 ‘마블’ 시리즈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75%을 기록했다. 펄어비스(77%), 컴투스(80%), 게임빌(62%) 등 상당수 게임사들이 해외로 뻗어가는 추세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 활동이 늘면서 게임사 매출이 신장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국내 게임사들이 고질적 문제를 되짚어볼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사행성에 의존하지 않고 이용자를 모을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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