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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코로나에 갇힌 아이들 치유가 먼저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자주는 못 가지만 학교 가니 좋지.”

“아니, 그냥 집에 있는 게 더 좋은데.”

“왜?”

“학교 가봤자 재미없어. 종일 마스크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도 없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되니 너무 힘들어. 쉬는 시간에도 옆에 있는 짝하고 놀지도 못하고.”

“그래도 선생님도 보고 교실에서 수업도 듣는 것이 더 좋지 않니?”

“아니, 차라리 집에서 온라인 수업 듣는 것이 더 편해. 시간도 많고 마스크도 안 쓰잖아. 일찍 학교 안 가도 되고 혼자 있는 게 이제 더 좋아.”

“….”

집 근처 마트에서 우연히 들은 한 모녀의 대화다. 초등학교 1~2학년 돼 보이는 여자아이의 엄마는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딸아이를 빤히 보며 어이없어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딸아이를 살짝 안아주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다. 학교가 낯설고 힘겨운 코로나19 시대 교육 현장의 단면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확산-진정-재확산 등을 거듭하면서 학교도 파행이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고3을 제외하고 주 1~2회, 격주 혹은 3주마다 학교에 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교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다보니 등교 수업도 학교 생활도 파행의 연속이다. 학교 가는 날이 많지 않고 설령 등교해도 친구 간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이뤄지면서 학습 공백은 물론이고 정서적 문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친구와 눈만 마주친 채 멀뚱멀뚱 바라보는 어색하고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 표정을 보며 반응하면서 사회성이 발달하는데 마스크를 쓰다보니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또래와 교류하며 소통하고, 갈등이 생겨도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할 시기에 전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울 수 없는 형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고립과 단절의 비정상적 일상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오랜 후유증을 남길 게 자명하다.

최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9~24세 청소년 92명 중 59.8%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걱정·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2%는 스트레스 요소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꼽았다. 이어 온라인 개학 실시(64.6%), 생활의 리듬이 깨짐(64.6%), 외출 자제로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갑갑함(62.2%) 등의 순으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을 둘러싼 우려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네스코는 “학교가 문을 닫으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발달에 필수적인 사회적 접촉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배스대학의 연구보고는 코로나19로 고립을 경험한 어린이, 청소년들은 이후에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구를 진행한 마리아 로데스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늘었다”며 “외로움,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이 수년간 지속되면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래와 만나는 횟수가 줄었더라도 연락은 계속 유지해야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온라인 개학과 순차 등교에 대해 정부는 전 세계를 향해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격 수업이 미래 교육이라며 디지털 기술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플랜도 제시했다. 학습 공백을 메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우리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고 있는 고립과 단절, 정서적 피폐화에 대한 치유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화상 회의로 청소년들의 정서 발달을 돕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정신적 치유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돌볼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때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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