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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트래블 버블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면역력이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자가면역력이 높으면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앓고 회복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개인 건강은 물론 취미활동 등에서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여행에서도 면역력이 중요하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우수지역 간 안전막을 형성해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이다. 버블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되 외부와는 왕래를 차단한다는 개념에서 나온 말이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해외에서 온 입국자들에게 시행하는 2주간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입국 제한 조치가 완화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적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추진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은 지난 7월부터 해당국 출신 입국자의 경우 2주간 격리를 면제해주는 ‘발틱 트래블 버블’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최초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트래블 버블 합의 소식이 암흑기를 맞고 있는 국내 여행업계에 한 줄기 빛을 던져줬다. 싱가포르는 홍콩과의 트래블 버블이 성과를 보이면 한국과 일본 등으로 확대해 격리 없는 입국을 적용할 방침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국경 개방 후 1주일 평균 확진자가 5명 이하여야 트래블 버블이 지속된다는 조건에서 여행자 입장에서는 여행 계획을 짜기 쉽지 않다. 또 최소 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거쳐야 하고, 3회 검사 비용이 20만원이 넘는 점도 부담이다. 도착지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약 4시간 동안 공항에서 대기해야 하는 등 소소한 불편함도 있다. 입출국 과정이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다녀오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일단 한 번 입국하고 나면 그 뒤로는 별도의 자가격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홍콩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지역 감염자가 급증하자 홍콩 당국은 지난 22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트래블 버블을 2주 연기했다. 국내 여행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주요 관광국도 입국 기준을 강화하는 등 강경책에 돌입했다. 이미 소규모 외국인 관광객을 받는 태국은 입국 기준 강화를 검토 중이고 캄보디아도 격리 정책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여행업계는 또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광업계(여행·숙박·마이스·카지노 등)의 직접 피해 추산액은 10조원에 달하고,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외 여행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는 1분기에 비해 각각 150여곳 줄었다. 여행업계는 ‘매출 제로(0)’ 속에서 계속 비용을 지출했다. 임차료, 시설유지비, 4대 보험료, 10%의 고용유지분담금 등이 숨통을 죄고 있다. 그동안 고용유지지원금, 저리융자 등 정부 지원으로 버텼지만 한계에 부닥쳤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도 지난해 3분기 1832억원이던 매출이 올 3분기 1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가닥 희망을 품는 게 트래블 버블이다. 여행업계는 자가격리 기간의 탄력적 운영 등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트래블 버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해 14일 자가격리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는 데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사 위기에 있는 여행업계에 작은 청신호를 줄지 관심이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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