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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카공족의 비애

손병호 논설위원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요즘 어느 카페를 가나 많은 카공족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4일부터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카공족이 공부할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모든 카페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할 뿐 매장에는 머물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오후 9시까지 음식 섭취가 허용된 패스트푸드점으로 ‘둥지’를 옮기는 카공족도 늘고 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도 거리두기 좌석으로 자리 자체가 줄었고, 역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도 몰리면서 자리 잡기 경쟁이 심해졌다고 한다.

카공족은 거리두기 2단계 전에도 눈치를 받으며 공부하기 일쑤였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노트북을 콘센트에 연결해 오래 앉아 있으면 점주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일부 카페는 카공족이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거나 ‘공부 금지’를 내걸기도 했다. 다행히 대기업 직영 프랜차이즈 카페는 매장에 ‘주인’이 없어 카공족에게는 안성맞춤격 공부 장소였는데, 거리두기로 연말까지는 아예 갈 수 없게 됐다. 도서관이나 집에서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취업준비생이 넘쳐 도서관 자리는 부족하고, 집에서 공부하다보면 느슨해지기 쉽고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카페를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또 학교를 졸업한 취업준비생은 집에서 공부하기도 눈치가 보이고, 학교 도서관에 가기도 꺼려져 카페를 선호한다.

카공족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 다시 카페에서 공부하고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 당국이나 전국의 도서관들도 달라진 문화에 맞춰 도서관 음료 반입을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장서가 보관된 곳이 아니라면 책상 위에 음료수를 놓고 공부할 수 있게 하거나 분위기도 카페처럼 편안하게 꾸민 공부방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을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카공족 친화형 카페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카공족용 공공카페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봐야겠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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