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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에 해수부 직원 배상 요구해야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전 주모로코대사)


북한인권결의안이 지난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컨센서스로 채택된 결의안에 한국도 동참했으나 공동제안국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남북 관계와 국제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금년도 북한인권결의안은 예년에 비해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 9월 발생한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직원 총격 사살 사건 때문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0월 중순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북한군의 사살이 국제인권법 위반임을 적시하고 그에 따른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나가 직접 보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 제3위원회가 채택한 결의안에 북한군의 해수부 직원 사살 사건이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에 우려를 표명하고 코로나19 대응 조치의 국제인권법 합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이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실망스럽게도 어떤 이유로 북한인권결의안에 명시되지 않았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 있는 설명과 조치를 요구한 바로 다음 날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도 했다. 전에 들어보지 못한 변화다. 미국 국무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 경비병의 생명에 어떤 긴박한 위협을 주지 않은 민간인을 불법적이고 자의적으로 사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국제인권법 위반이란 국제인권조약의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의아스럽게도 북한은 한국보다 9년이나 앞서 1981년 이 규약에 가입했다. 추후 북한은 1997년 규약 탈퇴를 치열하게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규약은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인간을 법적 근거나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의 국제인권법 위반 판단은 타당하다. 당시 해수부 직원이 처한 극도의 곤경은 상식적으로 이해된다. 그는 북한 경비병의 생명에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북한군은 그를 현장에서 바로 사살했다. 북한군의 사살 행위가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위법 행위에 대한 배상 의무는 국제법 규범이자 법의 일반원칙이다. 김 위원장은 책임을 인정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제 정부는 북한에 배상을 요구하고, 북한은 신속하게 배상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사과의 진정성은 배상이 뒤따를 때 진지하게 느껴진다.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전 주모로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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