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정호승 시집 ‘꽃 지는 저녁’ 중

김광석의 노래로도 익숙한 ‘부치지 않은 편지’는 1987년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생각하며 정호승이 쓴 시다. 정호승은 최근 펴낸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에서 “박종철 열사를 생각하며 썼으나 시는 시대를 초월한다”며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는 박종철 역사일 수도 있고, 서른세 살 예수의 나이 즈음에 서둘러 세상을 떠난 김광석일 수도 있고, 이 시대에 핍박받는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고 적고 있다. 정호승의 시를 캘리그라퍼 강병인이 글씨로 옮겨 적은 것을 엮어 시집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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