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尹 대치 파국에도 이어지는 ‘文의 침묵’

文, 강성 여권 지지자 사퇴 요구와 ‘임기 보장’ 사이 대처 고민 해석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하고, 여당이 검찰총장 국정조사를 검토하는 등 정국이 들끓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들 간 법적 다툼까지 예고됐고 국론 분열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인만큼 대통령이 정치 행위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는 25일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사안에 대통령이 ‘하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임기가 있는 공무원을 나가라고 할 수 없다. 위법사항이 있으면 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 제청에 대한 재가 여부에도 “법적 절차를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때 “수사지휘권 행사를 지시하거나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혔고, 24일 직무 배제 때도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고, 별도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침묵 이유는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강성 여권 지지층과 “임기제 공무원은 임기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하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총장의 중도 사퇴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법적 절차’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사회가 또다시 양분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정치·사회적 현안에 주요 현안에 지속적으로 별도 언급을 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여성폭력 추방주간’과 관련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성폭력은 더욱 심각한 범죄”라고 밝혔다. 오후에는 한국판 뉴딜 행사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최고 통치권자로서 ‘추·윤 파국’을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은 두 사람의 임명권자이고 추·윤 갈등은 국가기구 간 충돌”이라며 “대통령이 이걸 놓아두면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법무부·검찰, 나아가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계속 침묵하면 두 사람을 임명한 대통령 책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윤 총장이 하자가 있다면 대통령이 결단하면 되는 것인데, 법무부 장관이 직무 배제를 논하고 있다”며 “나라를 위한다면 임명권자가 빨리 판단을 해 줘야 한다”고 했다.

야당 반발도 계속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총장이) 마음에 안 들면 본인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임하든지 하라”고 촉구했다.

임성수, 구승은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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