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 재자연화는 세계적 흐름”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 바로 알기 세미나’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4대강 보 개방,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마재정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 김용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센터장, 장상규 한국농어촌공사 양수장이전설치추진단장, 함세영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서상기 국가물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이찬진 한국수자원공사 지하수물순환처장,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환경부 제공

정부가 4대강 보(洑) 일부를 개방해 3년 이상 수질·수생생태계 등을 관찰한 결과 녹조 현상이 크게 줄고 멸종위기종이 찾아오는 등 자연성 회복의 긍정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유럽 등에서도 이런 효과를 확인하고 강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은 지난 11일과 18일에 열린 ‘4대강 자연성 회복 바로 알기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이 소개됐다고 26일 밝혔다.

정의석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은 “2012년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현상이 지속되고 수생생태계가 단절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4대강 보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 및 개방 모니터링을 하게 됐다”며 “2017년 6월 낙동강, 금강을 시작으로 총 16개의 4대강 보 가운데 13개 보 개방 실적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영산강 녹조 감소율 97%

정 팀장은 4대강 보 개방 이후 수질·수생생태계·유역 주변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보를 개방한 이후 유속이 증가했지만 체류시간은 크게 줄었다. 보에 갇혀 있던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생긴 변화다. 또 모래톱과 수변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종보의 경우 축구장 면적 41배에 달하는 0.292㎢의 모래톱과 0.187㎢의 수변공간이 생겼다. 녹조 현상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와 4대강 사업 이전을 비교하면 금강의 녹조 감소율은 95%, 영산강은 97%에 달했다. 녹조가 사라지면서 저층 빈산소(깊은 수심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 발생 빈도도 급감했다.

이와 함께 퇴적물에는 모래 비율이 늘고 유기물 농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종보의 어류건강지수는 35.6에서 56.7로, 공주보는 35.4에서 42.4로 각각 증가했다.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건강하다는 의미다. 멸종위기종 출현도 도드라졌다. 4대강 사업 이후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흰수마자가 금강에 나타났고, 노랑부리백로·흰목물떼새·금개구리 등이 옛 서식지로 돌아왔다. 정 팀장은 “지속가능한 하천 관리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중 서식처가 잘 유지되도록 구조적인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보 개방으로 인한 자연성 회복 효과는 미국·유럽 등에서도 잇따라 보고됐다. 과거 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한 보와 댐은 이제 재자연화 움직임에 발맞춰 철거되고 있다. 김정희 에코리서치 대표는 “보 철거는 세계적 추세”라며 “학회에서는 스마트한 방법으로 댐과 보를 제거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 자연성 회복에 힘 모아야”

김 대표는 미국 메인주에 있는 그레이트 워크댐(폭 25m·높이 6m)을 인공구조물 철거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이 댐은 2012년 6월 11일 철거됐는데 공사는 14주가 걸렸다. 댐 철거 이후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회복됐고 회유성 어종이 잇따라 발견됐다. 주민들이 강에서 민물조개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올봄 철거 수순을 밟은 영국 리버블강의 샘레즈버리보(폭 62m·높이 2m)에서도 자연성 회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리버블강은 보 설치 이후 연어와 뱀장어 등 회유성 어종 3분의 2가 줄었던 곳이다. 보 철거에는 6주가 필요했다.

김 대표는 “그레이트 워크댐은 2012년에 철거됐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은 2009년부터 구축됐다”며 “한국도 4대강 보 철거 등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의 강과 하천에는 3만4000개에 달하는 인공구조물이 생물의 물리적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강의 연속성과 자연성 회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강의 세종보·공주보·백제보처럼 완전 개방해 자연성 회복 효과를 검증한 실적이 있는 반면 한강의 여주보·강천보와 낙동강 칠곡보처럼 개방 실적이 전혀 없는 곳도 있다. 나머지 10개 보는 일부만 개방한 상태다. 마재정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은 “약 10년간 보를 이용해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농민들과 강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 수상레저·유람선 등 친수시설을 구축해 사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일부는 4대강 보 개방을 반대한다”며 “수문을 열면 강물이 흐르면서 수위가 낮아져 취수장·양수장·지하수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 개방에 따른 용수 대책도 추진

4대강 보 개방으로 수위에 영향을 받는 양수장은 153곳이다. 농어촌공사가 101곳, 지방자치단체가 52곳을 각각 관리한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은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져도 주민들이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2단 펌핑시설을 이용해 물을 끌어올리거나 취수구를 연장하는 방안 등이다. 창녕함안보의 경우 내년 1월까지 시·군 양수장 4곳이 개선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전국 57개 지역에서 보 개방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지하수 열을 이용해 농사하는 ‘수막 재배 농가’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하천과 인근 지하수는 연결돼 있어 보 개방으로 강물이 흐르면 지하수 수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용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 연구센터장은 “수막 재배는 한 번 사용한 지하수를 사용하고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인데 지하수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순환식 수막 재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재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은영 대전·충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가 보 해체 방향을 보다 명확하게 했으면 한다”며 “강은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는 상식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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