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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신상 공개로 회복 불능 피해”… 디지털성범죄 ‘철퇴’

‘박사방’ 조주빈 징역 40년 중형… 징역 40년 이상 선고 사상 5번째

연합뉴스TV 제공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현우)로부터 선고받은 징역 40년형은 유기징역 중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에 해당한다. 2010년 4월 형법 개정에 따라 ‘형의 가중’ 시 유기징역 상한이 50년으로 늘어난 이후 징역 40년형이 선고된 사례는 5차례뿐이다. 이 기간 유기징역의 최고 형량은 ‘묻지마 살해’를 저지른 30대에게 지난해 선고된 징역 45년형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징역 40년이 선고된 사례들은 주로 강도살인 등의 사건이었다”며 “그만큼 조주빈의 범행이 중대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이유는 결국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의 크기였다. 조주빈이 많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남겼고, 피해자들을 협박해 극심한 고통을 줬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조주빈이 다수의 피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했으며 다수에게 장기간 유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주빈이 이 과정에서 제삼자에게 아동·청소년 피해자를 직접 강간하게 했고, 수익을 취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조주빈의 피해자들에 대한 태도도 지적됐다. 일부 합의 이외에 별다른 피해 회복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협박 강요는 안 했다”며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나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오랜 논의 끝에 조주빈 등에게 적용했던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 혐의는 법원에서 결국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박사방’이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했다. 오직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가담한 조직이며,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일부 공범은 조주빈에게 속았다는 입장을 표해 왔지만, 재판부는 “구성원들은 가상화폐를 제공하거나 범행에 협력했다”고 판단했다.

그간 법원의 성범죄 양형을 미온적이라 비판해온 시민사회에서도 징역 40년형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잡히지도 않고 처벌받지도 않는다고 비웃어왔던 조주빈의 말은 오늘로써 틀린 것이 됐다”고 했다.

공대위는 다만 “텔레그램 성착취 ‘끝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디지털 성착취 근절, 피해자 회복을 위해 남은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은 “안전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재판부는 공범들에게도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함부로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바로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조은호 변호사는 피해자를 위한 법률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조 변호사는 “법원이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탓에 적합한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한 재판부의) 진솔한 고백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정현수 구자창 기자 jukebox@kmib.co.kr

법원 “장기간 격리해야”… 조주빈에 징역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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