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미안하다” 검찰 고위 간부들도 공감 표해

‘秋 위법·부당한 처분’ 의견 일치

서울중앙지검 직원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청사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액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집단 성명을 냈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7년 만에 평검사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윤성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조치 적절성을 논의하는 평검사회의가 전국 검찰청 곳곳에서 열린 가운데 검사장들은 보고 과정에서 공감과 미안함을 표했다고 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에 평검사뿐 아니라 검찰 고위 간부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와 윤 총장이 제기한 서울행정법원 소송 결과를 앞두고 검찰의 집단행동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한 지검장은 26일 평검사회의 소집 보고를 받고 “단순히 징계의 부당성만 따질 게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해 검사들이 깊은 고민을 해 달라”는 당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조직이기주의를 경계하라”며 “선배로서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점이 부끄럽고 미안하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지검장은 “지금은 하루빨리 총장님이 업무에 복귀하셔서 검찰 업무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는 것이 맞는 시점인 것 같다”며 공감했다고 한다.

일선의 또 다른 지검장은 “자유롭게 의견을 모아 보고, 다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사소한 시빗거리는 만들지 않도록 유념해서 진행을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의견 표명을 한다고 해서 지휘부나 개인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라”며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을 검란(檢亂)이라 부르지는 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 목적의 검찰총장 찍어내기 일환으로 벌어진 일들이 위법 부당한 것임을 지적하는 순수한 회의가 ‘반발’이나 ‘충돌’로 명명되는 데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대검이 2005년 일선에 내려보낸 ‘평검사회의 운영에 관한 지시’ 공문에 따르면 최선임 평검사는 기관장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사전 보고해야 한다. 지난 25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등 평검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일선 지검·지청 30곳에서 평검사회의가 뒤따라 열렸다.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돼 검찰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처분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이 모였다. ‘일치된 입장’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일부 청에서는 성명서 문구를 두고 오래도록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부당하다”는 표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강경파와 법원의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신중론을 편 검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이날 저녁 부서별 성명문 초안으로 회의를 갖고 오후 9시34분 평검사 일동 규탄 성명을 냈다. 서울북부지검 평검사들은 성명문에서 “총장 개인에 대한 옹호 또는 지지의 문제가 아닌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의견을 표명하는 데 그칠 것인지 일부 사퇴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검찰 구성원들은 집단 반발에 따라 인사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으며, 인사의 명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 모두 공감하는 기류다. 때문에 고검장들은 성명서에 “앞으로도 검찰 구성원 모두 함께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쓴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들도 성명문에서 “검찰의 제도개혁이 안착돼 인권이 보장되고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일선에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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