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박정태 칼럼]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독하다


윤석열 직무배제·징계청구는 무리수 남발한 추미애의 폭주
검사들 집단 반발과 감찰위 제동에도 해임 징계 결론 낼듯
채동욱 내칠 때보다 지금이 더 심하다는 여론… 역사 역주행
정권이 대한민국 법치와 정의 파괴… 개혁 아닌 검찰 농단

“뭐가 문제냐는 식의 윤석열 총장 태도에서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일반 상식과 달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겹쳐 보인다” “판사를 사찰하는 전두환급 발상을 했다” “역사의 법정에서 대역 죄인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여당 의원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직무배제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퍼부은 독설이다. 재판부 사찰 의혹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두환과 박근혜까지 소환하며 윤석열이 악의 축인 양 몰아붙인다. 사퇴, 파면에 사법처리까지 운운한다.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으로 불렀던 윤석열은 이제 죄인이 됐다. 대통령 말씀 따라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엄정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말이다. 눈치 없이 여권 핵심부를 겨냥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괘씸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찰 프레임으로 엮어 곧 처단하겠단다.

하지만 이건 추미애의 폭주다. 직무배제와 징계청구 사유로 들이댄 6가지 죄목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도다. 명확한 증거도 없이 억지로 엮어놓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감찰·수사 과정에선 무리수를 남발했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법과 규정을 어긴 부분이 수두룩하다. 법치주의를 파괴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재판부 사찰 의혹도 적절성 여부를 따질 수 있을지언정 치부를 뒷조사하는 불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이러니 전국 모든 검찰청의 평검사들과 중간 간부, 검사장, 고검장, 심지어 장관 직속인 법무부 과장들과 총장 직무대행까지 대거 반발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 아닌가. 오죽하면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와 경실련,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비판 성명을 발표했겠는가.

무법천지다. 법무부 감찰관을 배제한 채 하급자인 감찰담당관이 전결로 수사 의뢰하고, 수사 의뢰 전인데도 대검 감찰부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해 법무부 교감 의혹이 제기되고, 감찰부가 수사 착수 사실을 지휘권자인 총장 직무대행에게 알리지도 않고, 압수수색 땐 법무부 측과 통화하며 보고하고….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선후도 바뀌어 직무정지부터 시키고 혐의 입증 자료를 찾는 셈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보다못한 감찰담당관실 검사의 양심선언까지 나왔다. 법리 검토 결과, 재판부 사찰 의혹이 ‘죄가 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기록에 편철했는데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는 폭로다. 이야말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마이동풍이다. 법무부가 2일 윤석열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연다는데 결과는 뻔하다. 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차관, 장관 지명 검사 2명, 장관 위촉 외부인사 3명 등 모두 7명의 위원이 ‘같은 편’이니 해임 결론 도출도 누워서 떡먹기일 게다. 이 경우 법원이 30일 심리한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지 사건을 인용한다 해도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 하루살이 총장밖에 더 되겠나. 1일 긴급 소집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제동을 건다 해도 감찰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깔아뭉개면 될 테니 이것도 걱정없다. 외부인사가 3분의 2 이상인 감찰위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훈령 의무조항을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남몰래 개정해놓은 덕이다. 대통령에게 징계 제청하는 수순을 밟아 윤석열을 쫓아내면 그림은 완성된다.

그렇지만 상식 있는 사람들은 음흉한 계략을 금세 눈치 채는 모양이다. 서울대 재학·졸업생 전용 포털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온 걸 보면 정권의 속내를 궤뚫는 눈들이 번득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집 살림 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에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책임지던 검찰총장 채동욱을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시킨 것보다 현 정권의 윤석열 몰아내기가 더욱 비열하다는 얘기다. “결국…끝내…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 채동욱이 사퇴한 7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트위터에 쓴 글인데 이건 지금의 본인한테 더 유효하다. 당시 국회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을 내쫓았지 않습니까”라고 국무총리를 질타한 건 누구인가. 바로 추미애다.

이 정권은 역사를 거스르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지도자의 침묵과 행동대장의 광기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대한민국의 법치와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농단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