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도 취업도 못한 ‘공교육 낙오자’ 한해 5만명 넘는다


국민적 응원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대입 수험생들과 대조적으로 무방비로 사회로 던져지는 청소년들이 있다. 대학 진학도 못하고 일자리도 없이 학교 밖으로 내쳐지고 있지만 ‘공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란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정부도 이들에 대해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방비로 사회로 던져지는 청소년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를 보면 지난해 고3을 마치고 올해 초 취업한 인원은 2만4938명이다(2020년 4월 조사 기준). 전체 졸업자 8만9998명 가운데 전문대나 대학에 진학한 인원과 군에 입대한 인원 등을 제외하고 계산한 취업률은 50.7%였다. 직업계고 졸업자 가운데 진학도 취업도 불발된 인원은 2만4290명이었다. 남학생 1만4614명, 여학생 9676명으로 집계됐다.

직업계고는 고졸 취업을 염두에 두고 진학하는 고교 유형이다.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들어가는 일반계 고교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급여 수급자 비율에서 직업계고가 특수목적고·자사고의 10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진학도 취업도하지 못한 직업계고 졸업생 수치는 공교육에서 제대로 준비 못하고 사회로 내몰린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부가 소홀하게 넘길 통계가 아니다.


이들 못지않은 취약계층이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불리는 학업 중단자다. 한해 5만명가량 발생하는데(지난해 5만2261명) 질병과 해외 출국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빠져 나온 인원이 지난해 2만8020명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학업 중단자는 매년 비슷한 인원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과 직업계고에서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인원을 합하면 5만2310명이 된다.

직업교육도 못 받은 일반고 출신들

특목고와 자율고를 포함한 일반계 고교를 졸업하고 ‘무직 및 미상’으로 분류된 인원은 7만8846명이었다. 대학 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은 인원이다. 직업계고와 학업 중단자와 달리 이들 대다수를 취약계층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재수생이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7만8846명 중 어느 정도 인원이 대입 재수에 나서는지 정보가 거의 없다고 했다.

‘무직 및 미상’ 7만8846명에서 재수생을 빼야 일반계고 졸업자 중 실질적인 취약계층 규모가 나온다. N수생은 한해 1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고교를 막 졸업한 재수생, 삼수 이상 인원, 대학에 다니면서 원하는 대학에 다시 도전하는 반수생 등으로 구분된다. 13만명 가운데 고교를 막 졸업한 재수생 수가 필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3 재학생과 N수생을 대상으로 6월, 9월 시행하는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N수생은 6만8784명, 9월에는 7만8453명, 수능에는 13만6972명이 응시했다. 수능에는 이미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반수생 등이 대거 시험을 보기 때문에 인원이 급증하게 된다. 수능보다는 9월 모의평가가, 9월 모의평가보다 6월 모의평가가 ‘고교를 막 졸업한 재수생’ 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6월 모의평가 응시자를 고교를 갓 졸업한 재수생으로 보고 7만8846명에서 빼면 1만62명이란 숫자가 나온다(입시 업계에선 모의평가 응시자의 30%가량을 삼수생 이상으로 추정하지만 가장 보수적으로 산출했다). 이들은 3년 동안 기본적인 직업교육을 받은 직업계고 졸업자보다 열악한 상황일 수 있다.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라”

직업계고와 일반계 고교를 졸업하고도 진학이나 취업을 못한 인원, 그리고 학업 중단자 수를 더하면 6만2372명이 나온다. 만만치 않은 수다. 서울·수도권 소재 주요 21개 대학의 입학 정원 6만1221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국가와 사회를 이끌 인재를 뽑고 길러내는 일만큼 10대에 길을 잃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탁월한 인재 한 명이 수백명을 먹여살리듯, 낙오된 한 명이 수백명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조두순 한 명이 끼친 사회·경제적 비용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를 졸업하고 진학이나 취업을 못한 인원이 사회로 진출해 어떻게 살아가는지 파악된 바 없다. 실태조사나 종단연구도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는 걸 바꿔 말하면 체계적인 취업·진학 지원 역시 제공되지 않아 왔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취업을 했든 못했든 일단 고교를 졸업하면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여긴다. 청소년이 학교를 관두면 여성가족부 소관이 된다.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전전하다 저소득층이 되면 보건복지부 업무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교육부는 최근 고용부와 고교 졸업 뒤 취업하지 못한 인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란 뜻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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