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승복과 퇴임의 품격

천지우 논설위원


사람은 뒤끝이 없는 게 좋다. 그래서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사람, 우아하게 물러나는 사람이 찬사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부정선거 주장을 반복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승복 여부를 따져 묻는 기자에게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에게서 품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시점에 참전용사 출신 공화당 정치인 두 명의 명예로웠던 모습을 돌아보면 예전엔 저렇게 기품 있는 미국 지도자도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존 매케인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적지에서 격추돼 5년6개월간 포로생활을 했다. 정치인이 된 뒤에는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몇몇 의제에선 당론과 부딪히더라도 본인의 신념을 굽히지 않아 매버릭(Maverick·독자적인 사람)이라 불렸다. 그는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승복 연설은 널리 회자된다.

“오바마 의원과 나는 서로 생각이 달라 논쟁했고 그가 이겼습니다. 생각의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오늘밤 난 우리가 직면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그를 도울 것을 맹세합니다.”

매케인은 지지자들을 달래면서 나라의 통합과 번영을 위해 모두가 새 대통령에게 호의를 갖고 진심을 다해 돕자고 호소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승전을 이끈 뒤 195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1961년 1월 후임자 존 F 케네디가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취임사를 하기 사흘 전, 신중함과 균형을 강조한 퇴임사를 남겼다. 그는 국민들에게 어떤 단기적인 정책이 모든 문제를 기적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믿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고, 쉽고 편하다는 이유로 내일의 소중한 자원을 빼내서 오늘만 살려는 충동을 피하라고 주문했다.

천지우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