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는 조선 첫 ‘살롱커피 바구니 전도자’?

[코로나19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커피로 복음 전하는 양탕국<3>

당진 동일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충남 당진 수청로 교회에서 홍경일 양탕국 대표의 설명에 따라 커피문화 실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마신 사람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이 고종황제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정답이 아님을 알 것이다. 고종황제가 커피를 처음 마신 때는 1896년부터 1년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아관파천 시기라고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처음 마신 한국인을 고종황제로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에게 커피에 관한 일화가 많고 그저 커피를 좋아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커피 마니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를 처음 마신 한국 사람은 일찍이 외국으로 유학을 갔던 유학생이나 중국 러시아로부터 커피를 수입한 역관들, 처음으로 기독교 선교사를 만나 커피를 대접받았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오늘 우리나라에서 선교의 삶을 살았던 많은 선교사 중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집중하고 싶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조선 최초의 ‘양탕국 살롱커피문화 바구니 전도자’였기 때문이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먹을거리,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먹거리야말로 진정한 선교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1899년 언더우드 선교사는 서양음식 만드는 법을 한글로 번역했다. 바로 ‘조양반서’(造洋飯書)다. 이 책은 한문으로 된 서양요리책을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커피를 볶는 방법과 만드는 방법까지 나온다.

이로 미뤄 볼 때 선교의 첫 번째 시도는 먹을 것을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언더우드 선교사가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커피를 그 선교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혹시 언더우드 선교사는 생두를 들여와 커피를 볶은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떤 이는 이를 억측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커피를 연구하고 선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추측이다.

언더우드 부인이 쓴 신혼여행기에는 음식과 커피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을 다닐 때 커피를 갖고 다녔다는데, 단지 우연일까. 언더우드 선교사가 일종의 ‘전도용’ 살롱커피문화 바구니를 갖고 다녔던 것은 아닐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언더우드 부부의 인연은 1888년 조선에 의료선교사로 들어온 릴리어스 호튼양과 언더우드 선교사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89년 조선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조선 북부로 신혼여행(선교여행)을 갔던 일화 중 음식과 커피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야영과 자취에는 상당한 경험과 뛰어난 기술이 있는 언더우드씨가 어려운 점이 좀 있기는 해도 그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우리가 만든 음식은 수프를 포함해 생선, 화관과 딸기로 장식을 하고 사과 소스를 치고 감자를 채워 넣은 기막히게 맛좋은 새끼 돼지구이, 그리고 밤과 양파 따위의 여섯 가지였다. 크래커 위에 마멀레이드를 얹은 후식은 참으로 담백하여 최고의 미각을 즐기기에 알맞았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진기한 음식을 내놓았으니, 그것은 꿀을 탄 커피였다. 설탕이 떨어졌다는 소리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선교사가 식단을 짜고 시골 원님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하는 일이 보잘것없어 보일지는 모르나, 거기에는 선교의 차원을 넘어서는 이유가 있다. 선교사는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 김철 옮김)

예수님을 전하고자 하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마음은 그의 손을 통해 정성스럽게 차려진 한 끼의 식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그날의 만찬, 살롱바구니의 음식들과 커피 한 잔에는 예수님의 사랑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조선팔도를 다니면서, 복음을 갈구하는 조선에 예수님을 전하고 세례를 베푼 언더우드 선교사. 그의 그 뜨거운 가슴을 닮고 싶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 뜨거움을 닮을까.

지난 몇 개월, 충남 당진 동일교회 성도들과 함께 양탕국 커피문화를 매개로 한 문화선교사역자 훈련을 하고 있다. 섬김을 훈련받고 연습한 현대의 언더우드 선교사들이 양탕국(커피)뿐만 아니라 정성스럽게 손으로 직접 만든 비스킷이나 쿠키, 빵 등의 음식이 담긴 살롱바구니와 함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람들은 ‘양탕국’이라는 커피문화를 통해 예수님의 향기를 마신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커피 한 잔, 양탕국 앞에서 조금씩 열린다. 살롱커피문화를 통한 문예부흥운동, 즉 ‘문’(문화를 통한) ‘예’(예수 그리스도의) 부흥운동이다.

커피, 아니 양탕국은 이렇듯 힘이 있다. 복음이 담기면 그 힘은 더 커진다. 섬김의 살롱문화가 펼쳐지고, 메마른 그 땅, 사람들의 영혼에 한 방울의 커피가 적셔진다. 조금씩 적셔지는 땅에 심겨진 씨앗에 복음의 뿌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바리스타, 양탕국 살롱커피문화 선교사가 된다. 21세기의 언더우드가 된다.

홍경일 하동 양탕국 대표

[코로나19 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①‘서양의 끓인 국물’ 양탕국… 커피문화를 전도에 활용하다
▶②‘이상한 카페’… 양탕국에 손님이 오면 전도가 시작된다
▶④고종과 커피의 첫 만남… 그때 그 시절 분위기 카페관에 재현
▶⑤“차 우리듯… 커피 함께 우려 마시며 구원의 기쁨 나눠요”
▶⑥성도들, 커피 알갱이처럼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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