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어 세상과도 담쌓은 자녀… 도울 길 없는 부모는 눈물만 [이슈&탐사]

[방에 나를 가뒀다, 은둔 청년 보고서] ④ 함께 힘든 부모들

청년이 고통받는 시대, 더욱 한계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스스로를 방에 가둔 청년들입니다. 가족이 쉬쉬하지만 ‘은둔 청년’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난해 기준 약 13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처럼 사회 문제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고립되는 청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은둔 청년 사례 18건을 찾아 당사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방 안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6회 시리즈로 전합니다. 시리즈 4회는 은둔하는 자녀를 보며 힘들어하는 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소속 부모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이아당심리상담센터에서 박대령 센터장(왼쪽 세 번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녀의 은둔을 주변에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조모임을 통해 어려움을 공유한다.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제공

송모(38·여)씨의 열일곱 살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중순부터 1년 반 넘게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송씨는 아들이 왜 등교를 거부하고 은둔을 택했는지 알지 못한다. 짐작만 할 뿐이다. “가정환경이 안 좋아서 이사를 자주 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면 이사를 가니까 그런 영향도 있었던 거 같아요.”

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편지를 쓰고, 여행을 가자고도 해봤다. ‘학교에 안 다녀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아들은 나오지 않았다. 상담사가 방문해도 이불을 덮어쓴 채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송씨는 아들 대신 학교에 가서 자퇴서를 썼다. “(학교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마음이 딱 닫혀서 얘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저한테도, 동생한테도, 상담 선생님이 와도 얘기를 안 해요.”

은둔 청년이 자신을 가둔 집에는 함께 살아가는 부모가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자녀의 은둔에 당혹스러워한다.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녀를 방에서 빼내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다 갈등을 빚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탓에 아이가 잘못된 것 같아 자책한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은둔형 외톨이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높아지는 마음의 벽

주상희(58·여)씨는 아들이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 3~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31세인 그의 아들은 고교 3학년이던 2007년 방에 자신을 가둔 뒤로 10여년간 은둔과 재활을 수차례 반복 중이다. 주씨가 기억하는 은둔의 시작은 ‘설사병’이다. 공부를 곧잘 했고 순하고 착했던 아들은 어느 날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심인성이었지만 당시 아이는 아픈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할 수 없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를 못 했죠. 갑자기 (은둔 상황과 마주하는) 엄마들은 인정할 수 없고 ‘왜 이렇지?’ 하는 분노가 일어납니다. 저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유아교육도 공부했어요.” 아들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씨는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김모(50·여)씨 역시 5년째 은둔 중인 아들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행동에 그는 공포를 느꼈다. “머리도, 손톱도 길고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아들의) 고립 생활이 부모 입장에서는 두려운 거예요.”

세상과 단절을 택한 아이들은 가족과도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은둔하는지도 털어놓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와 자식 사이 마음의 벽은 높아져 간다. 지난해 7월부터 은둔하고 있는 이모(54·여)씨의 아들 권성주(가명·17)군은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방문을 열어 보면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가 많다. “(집 밖으로) 나가냐, 안 나가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말을 안 해요.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모른다’고 해요. 방에다 애를 놔두고 사육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올해 초 청년재단의 ‘고립청년 실태조사’를 수행한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부모들을 만나 보면 ‘갑자기’라는 표현을 한다. 자식들의 내면적인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굉장히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은둔하는 자녀와 마주한 부모들은 아이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달래고 전문가 상담도 받아보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도 은둔의 피해자가 된다. 이모(58·여)씨의 아들 송영인(가명·27)씨는 대학 입학을 앞둔 시점에 돌연 은둔을 시작했다. “머리가 좋고 말도 잘하는 아들이었어요. 그런데 방에만 있어요. 참다 참다 ‘네 나이가 몇인데 이러느냐’ 하면 본인은 이대로가 좋대요. 설득해도 안돼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마음을 열어보려 했지만 아이는 화만 냈다. “상담사들이 돌아간 뒤 아이는 내게 ‘내 정신 멀쩡하다. 한 번만 더 이따위로 하면 가만 안 놔둔다’며 악을 써요.”

주상희씨도 답답한 마음에 아들에게 거친 말을 한 적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사실을) 인정을 못하니까 (아이에게) 육두문자를 날리기도 하죠. 엄마가 험한 말을 하니까 아들이 대들고요. 화를 엄청나게 내는데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그냥 몸을 떨어요. 그러니까 매일 우는 거죠. 저도 울고 본인도 울고.”

박모(50·여)씨는 은둔하던 아들을 한 차례 강제입원 시켰다. 아들은 방 안에서 먹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들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지만 점차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거절하면 아들은 박씨를 밀치거나 위협했다. “애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폭력적으로 바뀌자 ‘안되겠다’ 싶어서 정신병원에 보냈어요.”

정모(60·여)씨는 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장면을 목격했다. 34세인 그의 아들은 22세부터 지금까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정씨는 “우연히 문을 열었는데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그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어요”라고 말했다.

주상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재활을 위해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 입소한 아들로부터 어느 날 ‘집에 갈 거야’라는 연락이 왔다. 주씨는 ‘1년은 있어야지. 그곳에 네 컴퓨터, 책도 다 가져갔잖아. 왜 6개월만 하고 돌아오니’라며 아이를 달랬다.

엄마에게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 일은 주씨가 은둔형외톨이부모모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은둔형 외톨이 상당수는 은둔 기간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거나 실행에 옮긴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심층조사 대상 22명 가운데 ‘자살 생각을 해봤다’ 비율이 59.1%(13명)였다. 31.8%(7명)는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고 했고, 22.7%(5명)는 ‘자살 시도를 해 봤다’고 답했다.

함께 고립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은둔의 터널에 갇힌 아이를 보면 부모들의 죄책감은 커진다. 주변에 상황을 털어놓지 못하면서 결국 이들도 주변으로부터 고립된다.

장모(44·여)씨의 아들 장영석(가명·16)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이후 점차 출석일수가 줄어들더니 중학교 때는 입학식에도 가지 않고 자퇴한 뒤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장씨는 “아이의 은둔이 내 탓인 것 같아 늘 미안하고 죄책감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등교 거부를 할 때도 막상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잘 어울렸는데…. 굉장히 영민한 아이인데 제가 망쳤다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어요.”

미혼모인 장씨는 홀로 아들을 키웠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일 때문에 늘 바빴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보육교사 생활을 하던 그는 건강 악화로 한 달만 쉬려고 휴직했다가 재취업이 어려워 1년을 내리 쉬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빚이 많이 생겼다. 다시 취업했지만 빚을 갚으려면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다. “가자마자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일을 열심히 하느라 아이를 못 돌보는 상황이 된 거죠.”

그는 아들이 처음 등교를 거부했던 날을 기억한다. 아들의 현장학습 날이었다. 아들에게 과자를 하나 사주기로 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쌌지만 과자까지 사주고 출근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돈을 주고 ‘미안하다. 가면서 꼭 (과자) 사 먹어라’고 했는데 아이가 돈을 던지면서 현장학습을 안 갔어요. 그 뒤로 한 달에 한 번씩은 그런 일이 반복됐고요.”

아들의 은둔 성향이 일부 나타난 뒤에도 장씨는 일을 그만두지 못했다. “제가 욕심을 부리다 일을 그만두지 못했어요. 직장을 그만두는 게 두려웠어요. 일도 중요했지만 어쩌면 초창기에 아이를 위해 뭐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가 ‘엄마에게 나는 뒷전’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어요.”

김혜원 교수는 “부모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점’을 물어보면 ‘아이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를 방치했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권성주군의 어머니 이씨도 직장생활로 바쁘게 살았다. 새벽에 출근해 병원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워 온 이씨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쟁이랄까요. 항상 바쁘게 살아왔어요. 그래서 아이를 너무 방치해온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은둔형 외톨이 재활센터 K2인터내셔널 코리아에 입소한 청년들이 책을 읽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정씨는 자신의 과잉보호로 아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건 아닌지 자책했다. “아이를 가르칠 때 훈육이라는 게 없었어요. 아주 예쁜 아이, 사랑스러운 아이로 과잉보호한 게 아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를 분리해야겠다고 하지만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는 제 문제도 있어요.”

가까운 주변에도 안 알려

청소년과 청년의 은둔을 ‘가정 문제’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부모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부모들은 자녀의 은둔 사실을 주변에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년간 광주에서 은둔형 외톨이 가정을 방문하며 상담을 해온 오상빈 광주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가까운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친정어머니와 오빠들에게도 아들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명절에 친정에 가지 않고 있는데, 혹시라도 (아이를) 부정적으로 여기실까 봐 그냥 ‘사춘기인 거 같아요. 기다려주세요’같이 밝게 이야기해요”라고 말했다.

송씨는 아이의 은둔 사실을 주위에 알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사람들이 ‘엄마가 얼마나 제대로 못 키웠으면 애가 저렇게 됐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저는 교회 집사님과 권사님한테 아이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해요. 그렇긴 한데 아이와 지내다 보면 마음 아픈 일이 너무 많잖아요.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저 혼자 끙끙 앓는 거죠.”

박씨는 친정어머니와 동생 등 가까운 가족에게만 아들의 상황을 말했다. “가족 아닌 사람에게 말하긴 좀 그렇죠. 어떻게든 우리 안에서 해결해보려고요.” 정씨에게도 아들은 숨기고 싶은 존재다. “자랑거리가 아니니까 어디 가서 말을 안 해요.”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 파이청년학교에 재학 중인 은둔형 청년들이 재활을 위해 수업을 하고 있다. 성남=최현규 기자

자녀의 은둔 사실을 감추면서 부모도 외부와 단절된다. 주상희씨는 동창회에 5년째 나가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든 동창회를 가든 ‘아들 뭐해? 대학교 졸업했어? 취직은? 결혼은?’ 이게 관심사잖아요. 그때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친구들하고도 단절하게 되죠. 저는 ‘내 아들은 10년째 집에서 못 나가고 있어’ 이 말을 못 해서 동창회에 발길을 끊었어요.” 박씨 역시 아들의 초등학생 시절 친했던 학부모들과 소원해졌다. 그는 “아이 초등학생 때는 엄마들이랑 친하게 지냈어요. 친구도 형성되곤 했는데,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러다 보니까 연락을 잘 안 하게 되죠”라고 했다.

자녀의 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 삶에도 상흔이 깊어진다. 김혜원 교수는 “(부모들은)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한다. 시간, 일상의 행복뿐 아니라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평안한 노후도 다 잃은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평생 집 밖으로 꺼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덮치면 현재를 버티기 더 어려워진다. 주씨는 “아들이 서른 살 때 제일 불안했어요. ‘이대로 우리 아들을 평생 짊어져야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장씨도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일본에서는 80대 부모가 은둔하는 60대 자녀를 수십년간 데리고 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끔찍해서 막 울었어요. 지금은 각오는 하고 살고 있어요. 그때까지 여력이 될지 모르겠지만요.”

“그저 평범했으면”

청년재단의 ‘고립청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 부모들에게 ‘기적이 있다면 무엇을 가장 바라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저 예전 모습으로만 돌아갔으면 좋겠다” “평범한 청년으로 사회를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실태조사에서 부모들은 예방책으로 정기적인 부모 교육, 부모 심리상담 등을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아들이 13년째 은둔 중인 정씨는 취재팀에 “아들한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자체를 몰라 막막했다. 부모 교육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체계적인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홀로 아이를 돌보는 장씨는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기숙형 대안학교가 좋다고 해서 알아봤어요. 근데 대부분 한 달에 120만~150만원이 들어요. 제가 150만원밖에 못 버니까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충당할 수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경제적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5년째 은둔 중인 김모(50·여)씨는 고민을 상담할 곳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119처럼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알려주는 플랫폼이 있는 통합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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