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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도 못 쓴 백신·치료제 예산… 임상 기준 충족 못해 ‘그림의 떡’

940억 편성해놓고 370억만 지급… 기업들, 피시험자 못구해 발동동


국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지원의 연구·개발(R&D)비로 편성된 예산의 실집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자체 개발을 독려하지만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과 2021년 예산안에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지원 예산을 각각 940억원, 1314억원 편성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3차 추경에 편성된 940억원 가운데 약 40%(370억원)만 지급됐다. 셀트리온에 219억7000만원, 녹십자에 58억4000만원, 제넥신에 92억7000만원 등이다. 당시 임상지원금을 신청한 20개 업체 가운데 15%만 지원금을 받았다.

지원금 지급이 더딘 이유는 높은 지원 기준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전에는 통상 3단계(1상·2상·3상)로 이뤄진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지원금은 각 단계를 충족할 경우 지급된다. 1상에서는 적은 수의 임상시험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피시험자를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가 해외에 비해 적고 임상시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피시험자 모집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유독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아무리 많이 편성돼 있어도 실제 지원받기는 어려우니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도 일리는 있다. 백신·치료제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준을 임의로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리 백신·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더라도 ‘가능성’ 하나만 보고 돈을 퍼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예산지원 기준도 정부가 임의로 정한 게 아니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임상환자 모집과 관련해 ‘측면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개발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임상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공격적으로 임상단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 예결위 검토보고서도 기업 지원금의 실집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임상환자 모집에 대한 별도 지원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국가감염병임상시험센터 지정이나 병원 내 임상시험 기반 구축 등 다방면으로 임상환자 모집에 힘을 쏟고 있다”며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병원 내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지급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검사 단계에서부터 확진 단계에 이르기까지 치료제 정보 제공 등 정부가 환자들에게 임상 기회를 적극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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