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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임대 살란 건가’ 임대 예산 늘리고 내집 예산은 삭감

내년 공공임대 확충 예산 4조 증가… 국민 절반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한 주택 구입·전세 융자 사업은 삭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공공임대주택 확충용 예산이 올해보다 4조원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이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정부가 당면한 ‘역대급’ 전세난 등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서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투자액은 19조7803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기준 15조7789억원보다 4조원 넘게 증액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정부안보다 6828억5600만원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정부가 추진하는 ‘질 좋은 평생주택’(중대형 공공임대) 추진 계획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임대주택 건설과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비용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1981년부터 만들어 운용해온 기금이다. 사실상 주택 정책에서 예산 역할을 한다.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융자 사업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8000억원 삭감되면서 9조9000억원 배정에 그쳤다. 디딤돌 대출이나 전월세 주거비 부담을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전세대출), 주거안정 월세대출 등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9조3992억원에 비해 5008억원 증액됐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되는 기금 운용액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임대주택 확충은 주거 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예산 배정의 효과가 나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반면 실수요자 융자 사업은 당장 급한 실수요자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해도 실수요자 융자 지원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운용액은 12조7056억원으로 임대주택 건설비(7조6705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에서 임대주택 건설비를 70% 넘게 증액해 13조902억원을 배정했다. 반면 실수요자 융자 지원액은 8조8095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에는 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한 기금이 15조6494억원으로 정부 출범 때의 2배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에 도달했다.

그러나 실수요자 융자 지원액은 여전히 정부 출범 당시 수준을 밑돌고 있다. 2017년 8·2 대책과 지난해 12·16 대책 등에서 정부가 무주택자까지 예외 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이런 기금 편성은 지난해 국토부 자체 조사 결과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6~12월 전국의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서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1.2%가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을 꼽았다. 전세자금대출 지원을 꼽은 23.5%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이 “융자 지원을 원한다”고 응답한 셈이다.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11.9%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지난달 30일부터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은 뒤 규제지역 주택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고강도 규제를 추가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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