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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예결위 밀실 협의체

손병호 논설위원


국회의원들이 가장 탐내는 자리 중 하나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 자리다. 나라 예산을 주무르는 자리다. 이들 3인방 사무실에는 매년 가을부터 연말 예산안 통과 때까지 정부 부처 예산담당자는 물론 장차관과 지자체장까지 줄 지어 찾아온다. 온다고 다 만나주는 것도 아니다. 얼굴 한 번 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3인의 막강한 파워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야는 지난 3일 정부 원안에서 5조8876억원을 감액하고 8조848억원을 증액한 557조9872억원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각 상임위를 거쳐온 예산안은 예결위 소위에서 조정되는데 이 단계에선 주로 감액심사가 이뤄지고 증액심사는 거의 안 된다. 국회법상 소위 회의는 기록을 남겨야 해 국민들한테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증액심사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도 소위에선 일부만 감액된 채 ‘소소위’로 넘겨졌고, 소소위에서 추가 감액과 증액이 이뤄졌다. 이 소소위가 바로 예결위 3인방의 밀실 협의체다. 비공식 회의체여서 누가 무슨 취지로 예산을 줄이고 늘렸는지 기록이 안 남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깜깜이’ 심사로 올해에도 이들과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에 많은 예산이 할당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일하는 국회 추진단’은 지난 6월 선진 국회를 만들겠다면서 국회법을 개정해 소소위 관행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예산안 관련 모든 회의를 기록으로 남기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제출된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이 슬그머니 빠졌다. 그만큼 밀실 예산 논의가 국민들한테 알려지는 게 꺼려졌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조 단위 돈이 증감되는데 그 과정을 정작 세금을 내는 국민들한테 비밀로 해선 안 될 것이다. 깜깜이 예산 관행을 놔둔 채 선진 국회 운운하는 것도 낯뜨거운 일이다. 여당이 지금 제출된 국회법 개정안을 ‘개혁입법 과제’로 분류해 놨는데, ‘개혁흉내’가 아니라 진정한 개혁입법이 되게 하려면 소소위 관행을 없애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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