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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코로나 통금

한승주 논설위원


야간 통행금지(통금). 국민이 밤에 돌아다니는 걸 국가가 막는 제도다.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정말 이런 시절이 있었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거리에 나갔다가는 바로 체포돼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났다. 통행금지는 전근대 시대 동서양 대부분의 국가에 있었다. 전기가 없었던 시절, 통금은 치안유지 수단으로 유용했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기본법전인 경국대전에도 기록돼 있다. 도성의 문을 보통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닫고 통행을 금지했다. 조선시대 통금은 매우 엄격했고, 고위직도 예외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의 통금은 1895년(고종 32년) 해제됐다.

이 제도가 다시 등장한 것은 1945년 9월 8일이다. 미 군정이 시작된 후 서울과 인천 두 곳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부터 1982년 1월 5일까지 통금은 지속됐다. 이 기간에는 TV도 자정 전에 정규 방송을 끝냈다. 통금의 시작과 끝에는 이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국가가 치안유지를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던 시절이었다. 마침내 통금이 없어진 날 새벽,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빼앗겼던 밤을 찾은 기쁨을 만끽했다.

2020년 서울, 과거 권위주의 시대 산물이던 통금이 다시 소환됐다. 서울시가 지난 5일 ‘사실상 통금’을 선포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오후 9시가 되면 서울의 밤을 밝혔던 거의 모든 곳의 불이 꺼진다. 음식점 카페 영화관 PC방 학원 독서실 놀이공원 마트 백화점 등이 해당한다. 생필품 구입을 위한 소규모 가게 등만 문을 연다. 대중교통 야간 운행도 줄어든다. 필요한 조치이지만 “코로나가 9시 이후에만 감염되느냐”는 저항도 나온다.

시민이 느낄 일상의 불편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방역과 일상의 불편 혹은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지금은 방역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확산세를 탄 코로나는 강력한 조치에도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태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불 꺼진 도시의 어둠이 더욱 스산하게 느껴지는 12월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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