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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도 행정통합과 권력구조

김용철 부산대 교수(전 경남발전연구원장)


최근 광역 시·도 행정통합 논의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거대한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방의 경제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데 있다. 경제 규모 확대를 위한 행정통합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명분상 내용일 뿐 실제로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국가 권력구조 대변화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통령중심제 통치 구조의 지배력이 통합 광역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권력으로 분산됨을 뜻한다. 이원적 권력구조로의 변화다.

그런데 현재 각 광역단체들이 추구하는 통합자치단체의 최종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이원적 권력구조 형태가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중앙정부인 국가의 재정·인사·사무 배분의 분담 등에 관한 시·도 통합의 근거 법률이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제정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도 행정통합이 활성화돼 전국적으로 완료되면 현재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관계는 다소 느슨한 형태의 선진국형 연방제 모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의존적으로 협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지자체에 대한 우위적 지배력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형태다.

이는 어느 정도 위험성도 수반된다. 즉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과 지방권력이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분점 정부일 때 통합 광역단체장들이 연합해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반대할 경우 국정 혼란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경우 갈등이 노출되는 게 현실이다. 시·도 통합 후에는 그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훨씬 더 심각한 상황도 초래될 수 있는데 그것은 통합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행정적 권한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중앙·지방정부 간 파트너십 회의체를 공식화해 중앙과 지방의 주요 갈등 현안을 공동 해결한다.

향후 광역단체들은 통합 광역단체의 법적 지위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를 넘어서는 권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기계적인 물리적 시·도 통합의 단순한 법적 지위로는 실효성 있는 통합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재정상 권한의 범위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독일, 포르투갈처럼 통합 광역단체의 헌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독일식 연방형이다. 이 경우 헌법 조항을 신설해야 하고 국민적 동의를 기반으로 대통령과 각 정당 간 정치적 합의가 선결돼야 하므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둘째는 홍콩특별행정구와 현행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를 결합한 형태다. 구체적으로는 홍콩특별행정구의 최소한의 사법적 권한과 입법기관의 입법권을 강화해 이를 결합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홍콩특별행정구와 같이 통합 광역단체에 재판상 독립에 관여할 수 있는 어떠한 사법적 권한도 용인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의회의 자치입법권에 관해 현재보다 강화된 특례를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모든 활동이 기관우위형이 아닌 의회주도형에 의존하는 영국의 경우를 원용하면 가능하다.

셋째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내용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권한만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광역단체장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합 의미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 광역단체의 최종 모델 형태가 중앙과 지방의 권력구조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광역단체들은 충분한 사전 준비 후에 통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전 경남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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