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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한 겨울나기

김희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추운 겨울이면 흔히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린다’고 말한다. 동장군이란 말은 1812년 나폴레옹 1세가 러시아 원정 때 모스크바까지 진격했으나 혹독한 추위에 따른 보급 곤란과 굶주림으로 철군할 수밖에 없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겨울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적설일수는 감소하는 등 한겨울에도 맹추위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여름 기나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피해에서 보듯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이상 한파와 대설로 인한 재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도로 살얼음으로 인해 47대의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 7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올해 초에도 순천완주고속도로 터널에서 녹은 눈 위에서의 부주의 운전으로 인한 연쇄 추돌로 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부상했다. 이처럼 우리가 잠시라도 방심하거나 경각심을 늦출 때 자연은 매우 가혹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겨울철 재난대책기간(2020년 11월 15일~2021년 3월 15일)을 설정하고 대설 한파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 부처, 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전국 주요 도로 가운데 도로의 형태나 노선 특성상 응달지역으로 결빙이 잦고 미끄러운 구간을 전수 조사해 2927곳을 상습결빙구간으로 지정·관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보를 내비게이션 업체와 공유해 자동차 운전자가 해당 구간을 지날 때 ‘결빙위험 음성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한 온도·강수 등 기상에 따른 ‘어는 비’ 발생 가능성을 종합 분석, 결빙 우려 구간에 대한 과학적 예측을 통해 취약구간에 선제적으로 제설제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예방하기로 했다. 고갯길, 급곡선 도로 등 안전 운전을 준수해도 위험성이 높은 취약구간에 대해서는 위험도에 따라 등급화(1~3)해 적설이 예상될 경우 전담 차량을 먼저 배치하는 등 맞춤형 제설 대책도 추진한다.

한파로부터 독거노인 같은 돌봄 손길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우선 보호하기 위해 생활관리사 등 38만여명의 재난 도우미를 활용해 안부를 확인하고 방문간호를 하는 등 포용적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에 대해서는 전담팀이 야간 순회와 밀착 상담을 하고, 한파 시에는 응급 잠자리와 임시주거비를 지원한다. 아울러 마을회관, 경로당 등 민간 및 공공시설을 한파 쉼터로 지정하고,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디딤돌 앱 등을 통해 그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다면 정부의 겨울철 재난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 운동처럼 일상생활 속 안전 관리에 대한 주민 참여가 요구된다. 이번 겨울에 비록 매서운 추위가 올지라도 민관 협력과 상부상조 정신을 통해 안전하고 훈훈한 겨울나기가 되길 바란다.

김희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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