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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밑빠진 환율… “내년 20% 더 떨어진다” 전망도

弱달러 어디까지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달러당 1100원 선 밑으로 추락했다. 문제는 내년 초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쏟아질 대규모 부양책을 감안할 때 달러 공급 확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압박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립서비스 수준의 정부의 구두개입만으로는 봇물처럼 밀려드는 달러 유입을 막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원화가치 상승의 양면성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하는 미 달러화지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인 90.6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102.8까지 치솟았던 지난 3월 20일 이후 12%나 하락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6%가량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1100원을 하향 돌파하면서 108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원화가치 상승 요인으로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의 우수성과 양호한 경제 펀터멘털의 장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의 달러 약세는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역량보다 미국의 정치 상황 변화와 백신 개발 등 외부 요인을 더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달러 약세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대거 유입으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치를 뚫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과도한 환율 하락과 투자자금 유입은 예기치 못한 일시적 자금 유출 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달러지수 하락의 핵심 동력은 세계경제 회복 기대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확대”라고 지적하고 “이에 따른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퇴조가 세계경제에 대해 역순환적 속성을 지닌 달러지수의 하락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제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면서 “세계 증시 상승과 미 달러지수 하락은 현재형일 뿐 미래형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의 마지노선인 원·달러 환율 1100원 하향 돌파는 경제에서 수출이 70%나 차지하는 상황에서 향후 경제운용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마지노선 밑으로 내려가면 아무리 우리 상품의 질이 우수하더라도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가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무역협회가 실시한 수출기업 원·달러 환율 설문조사에서 국내 801개 수출기업의 손익분기 환율은 정부의 마지노선보다 높은 1133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 판단과 달리 이미 기업들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뜻으로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수출로 버티는 상황에서 내년 이후 국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원·달러 환율 컨센서스는 내년에 이보다 낮은 1075원 수준에 수렴되고 있지만 뉴욕 월가 투자은행들의 달러 약세 전망은 훨씬 비관적이다. 골드만삭스와 ING는 내년 달러 약세 폭을 6%와 10%로 각각 예상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20%가량 더 빠질 것으로 예측한 씨티그룹은 달러화지수가 75 밑으로 떨어지면서 역사적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옐런-파월로 이어지는 슈퍼 비둘기 편대 형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대규모 달러 공급 확대에 따른 달러 약세 심화 가능성은 예상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환경에 휘둘리는 천수답 환율

내년 이후 달러가치 급락 전망 이유는 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 변화와 관련 있다. 미국의 경우 달러가치의 펀더멘털을 좌우하는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 즉 쌍둥이 적자의 중장기 확대와 더불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지속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연준의 저금리 정책 국면에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여왔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미 경제는 불안한 추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다 중국의 쌍순환 정책 추진에 따른 위안화 강세 기대감과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일방적인 자국 우선주의 정책의 완화가 달러 급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중국 통화 당국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강세가 중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점도 달러 약세 기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마냥 달러가 약세로만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론도 만만찮다고 분석했다. 우선 디지털 경제를 미국 경제와 산업이 주도하는 등 글로벌 경제 패권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크게 변화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다 통화정책 강도 측면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타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적이라는 점은 달러화 약세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기회복 속도 측면에서도 미 경기가 여타 경기를 앞서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동성 출구전략을 가장 먼저 추진할 수 있는 경제 역시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달러화 약세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막바지 협상 중인 브렉시트 협상 진척 여부도 변수다. 협상 부결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 중반기 이후 유럽 지역 통화 약세 압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화지수에 영향이 가장 큰 유로화의 펀더멘털이 약한 것도 달러 약세에 제한을 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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