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잡는 법 전하자” 지구촌 의료 불모지에 자립의 길을 내다

의료선교·국제개발협력 헌신한 고 서원석 선교사의 삶


“서원석 전 몽골연세친선병원 행정원장 별세.… 발인 12월 1일 오전 9시 연세대 신촌 장례식장.”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달 28일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서원석(사진) 선교사의 부음기사다. 짧은 기사로는 복음의 전령사로 살았던 서 선교사의 치열했던 삶을 엿보기 어렵다. 의대 교수이자 선교사로, 국제개발협력(ODA) 분야 전문가로 활약한 서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암이 발견된 뒤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연세대 의대 해부학 교수로 안정적인 삶을 살던 그는 1993년 돌연 광야로 향했다. 서 선교사가 둥지를 튼 곳은 몽골연세친선병원이었다. 연세의료원과 몽골 보건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선교병원에서 그는 행정원장으로 일하며 병원의 기틀을 닦았다. 의료선교사로서 인생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의 장례예배에서 설교한 정종훈 연세의료원 원목실장은 7일 “선교사들에게 받은 사랑을 나누겠다는 선교적 열정이 그를 몽골로 이끌었다”면서 “세브란스병원을 세운 선교사들과 선각자들을 따라 뜨거운 복음의 열정으로 땅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사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몽골 사역을 마친 뒤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열방친선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제의료대사선교회(MAI)의 중앙아시아 디렉터로도 활동했다. 99년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MAI 본부에서 동아시아 디렉터로 일하다 2004년 국제기아대책기구 부총재가 됐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부총재가 된 그는 이곳에서 ODA를 경험했다. 2012년에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이 돼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며 의료원조에 나섰다.

그는 퍼주기식 원조 대신 의료의 전반적 발전을 위한 체계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서 선교사가 남긴 책 ‘세계는 넓고 아픈 사람은 많다’에는 ‘에비슨식 원조 전략’을 소개한 대목이 나온다. 올리버 R 에비슨(1860~1956)은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한 의료선교사다. 서 선교사는 “에비슨 박사는 고기뿐 아니라 고기 잡는 법과 이를 위한 장비까지 건네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의료원조도 의술을 베풀고 인재를 양성하며 병원까지 설립해 주는 체계적 원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친구들은 그를 ‘문을 여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전우택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서 선교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향해 첫 문을 여는 사람이었다”면서 “불모지를 개척한 뒤 후배들이 그 길로 들어서면 자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새 문을 열어 또 다른 불모지로 떠났다”고 말했다.

서 선교사의 영어 이름은 다윗(David)이다. 시편을 묵상한 감동을 기록한 책 ‘두려움과 부족함’에서 서 선교사는 다윗과 같은 신앙인의 삶을 바라며 이렇게 고백했다.

“다윗처럼 온통 하나님으로 가득 차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늘어날 때 우리는 다윗의 장막이 회복되는 것을 목격할 뿐 아니라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무리 가운데 뛰놀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소망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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