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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공인인증서 폐지

라동철 논설위원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 서류를 발급받거나 인터넷뱅킹 등 금융거래를 하는 데 공인인증서가 사용돼 왔다. 1999년 7월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상에서 본인임을 인증하는 일종의 전자 신분증이자 전자상거래용 인감증명서였다. 정부가 지정한 금융결제원, 한국전자인증 등 6개 기관이 발급해 왔다.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상에서 간단하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대행기관인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발급 절차가 복잡하고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해 매년 갱신하거나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 다른 PC나 단말기에서 사용하려면 USB메모리에 저장해 지니고 다녀야 하고 액티브X 등 다수의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에도 전자인증 수단으로 계속 사용됐으나 2014년 ‘천송이 코트’ 논란을 계기로 폐지 여론에 휩싸였다.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 역의 전지현이 입었던 코트를 구매하려고 중국인들이 대거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의 벽에 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공인인증서가 전자상거래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들끓었고 금융 당국은 온라인 금융거래와 쇼핑에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없앴다. 이후 민간에서는 다른 인증수단으로 대체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공인인증서를 계속 사용해 왔다.

그러던 공인인증서가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10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다고 인증 수단으로서의 생명이 다하는 건 아니다. 우월적 지위를 누렸던 ‘공인’ 꼬리표를 뗄 뿐 살아남아 카카오페이, 뱅크사인, 패스, 페이코, 토스 등 다양한 민간 인증수단과 같은 위치에서 경쟁하게 된다. 공인인증서 폐지는 민간의 자율경쟁을 촉진해 새로운 전자서명 서비스 개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1년 만의 공인인증서 폐지가 인터넷과 뗄 수 없는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궁금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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