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은 계속 플레이… 인생에 되감기는 없지요

30여년 봉사자의 삶 살아가는 배우 정애리의 고백

배우 정애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펴낸 책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을 펼쳐 보이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땅, 꽃, 나무, 바람, 사람, 촬영 현장, 일상 모두가 다 나의 선생입니다. 온 세상에 스승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세상천지에 있는 내 스승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세상,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지만 그래도 돌아보니 그저 모두가 감사입니다.”

배우 정애리가 최근 펴낸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놀)에는 ‘감사’의 언어가 가득하다. 1978년 KBS 신인 탤런트 공채 대상을 받으며 데뷔해 배우의 길을 걸은 그는 42년간 꾸준히 시청자 곁을 지켰다. 89년 아동시설 성로원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껏 월드비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한국생명의전화 등에서 소외이웃의 곁도 지켰다. 책에는 배우이자 봉사자로 살아온 일상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발견해내는 그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3번째 에세이로 돌아온 배우 정애리를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책을 쓴 계기가 있을까요.

“글 쓰는 걸 참 좋아해요. 하지만 세상에 이미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내 책까지 보태야 하나 싶어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도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에도 배울 것이 참 많거든요.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이 힘든 시대에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이야기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바쁠 텐데 언제 글을 썼습니까.

“이번 책은 사물을 보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이 대부분이에요. 생각은 날마다 하는 거니까.쓰는 일 자체는 버겁진 않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영감을 준 사물을 찍고 이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식으로 썼습니다. 전에 찍은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고요. 원고는 지난 7월 중순쯤 시작해 2달 만에 마무리했습니다.”

책에 수록된 어머니 유품인 카세트 라디오 사진. 라디오 위에 ‘멈추기’ ‘되감기’ ‘시작’이라고 적힌 견출지가 붙어있다. 출판사 놀 제공

책에는 어머니의 유품을 보며 그리움을 표하는 글이 적잖다. “트로트 듣기를 좋아했던 엄마가/ 잊지 않겠다고 적어놓은 카세트 라디오 위 견출지… 되감기/ 멈추기/ 시작/ 아, 삶을 되감고 멈추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삶을 되감을 수 있다면’) “제 글이지만 읽다 보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하하. 우리 인생은 플레이잖아요. 되감기는 인생에 없어요. 삶을 되감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에 썼습니다.”

책에는 그가 2016년 난소암을 진단받고 투병했던 일상도 담겨있다. 공연과 드라마를 하던 도중 복막염으로 수술하다 난소암이 발견됐다. 다행히 1기였고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항암치료를 피할 순 없었다. 후두두 떨어질 머리카락을 마주하기 싫어 미리 머리를 밀었다. 항암치료가 끝나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을 때, 그는 거울을 보며 ‘감사합니다’ ‘애썼어’를 속으로 외치며 울었다.

-난소암 투병기를 담은 글에 ‘감사’란 표현이 많습니다.

“저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이런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닥치면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죠. 이런 성격인 것 자체도 감사해요. 그간 저는 달리기만 했어요. ‘하나님이 건강의 복을 주셨다’며 건강도 자신했고요. 그런데 아파보니 ‘아, 이제는 내 시간도 되돌아보라고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료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죠. 하던 일도 모두 멈춰야 했고요. 항암치료를 끝내고 더벅머리 아이처럼 자란 머리를 봤는데, 눈물이 와락 나더라고요. 그때의 감사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에 보며 감사를 기억하려고요.”

-30여년 간 나눔을 펼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행복하고 좋아서 오래 할 수 있었어요. 하나님이 제게 긍휼의 은사를 주셨거든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나눔의 현장에 있던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입니다. 나눔으로 연기자 정애리가 나아진 점도 있어요. 물론 나누려면 시간과 물질, 마음을 써야 해요. 기도도 많이 해야 하고요. 하지만 생명보다 가치 있는 건 없으니 열심히 하려 합니다.”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여러 차례 아프리카도 다녀왔습니다.

월드비전 친선대사로서 아프리카 구호 현장을 방문한 모습. 출판사 놀 제공

“구호 현장엔 아플 때 빼곤 매년 간 거 같아요. 아플 때도 ‘주님, 아이들 만나러 가고 싶어요’라고 기도했을 정도니까요. 현장에 가는 일이 행복한 건 아이들이 변하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교회 권사님’입니다. 인생에 있어 신앙은 어떤 의미일까요.

“신앙과 하나님을 빼고 제 인생을 논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제가 된 것도 모두 은혜죠. 배우가 된 뒤 하나님을 믿었는데, 이슬비 젖듯 신앙이 점차 자랐습니다. 지금은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 출석 중인데, 매일 적어도 성경 3장은 읽으려고 해요. 오전 9시 이전에 지인 200여명에게 성경 말씀을 전달하는 일도 20년째 하고 있고요. 이것도 참 감사한 일이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책의 인세 전액과 판매 수익금 일부는 소외 이웃에게 쓰이는데, 이 나눔의 시작에 동참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는 이 책의 이야기 중 하나라도 가슴을 울릴만한 게 있다면 그것 자체로 감사입니다. 크리스마스 예배조차 비대면으로 드리는 시대지만, 서로 조심하고 대견해 하면서 건강히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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