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손영옥의컬처아이

[손영옥의 컬처 아이] ‘코로나 죄책감’이 필요해


“마침내 ‘김 부장’도 하기 시작했다”는 ‘줌(ZOOM)’ 회의를 며칠 전 해봤다. ‘김 부장’은 디지털 저항이 강해 굳이 첨단 화상 회의를 할 동기가 있지 않은 꼰대 세대의 이름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필수가 되면서 김 부장조차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 회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대열에 나도 막차를 탔다. 전문가를 초청해 지인들끼리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다. 강연자는 빅데이터 전문가였는데, 한 달 전엔 67개국 사람들을 화상으로 연결해 강연을 해봤다고 했다. 그런 세상이지만 우리 모임에서 줌 회의는 처음이었다. 각자 거실에서, 서재에서, 미처 퇴근하지 못한 사무실에서 듣는 화상 강연은 사뭇 진지했다. 질의응답이 오가는 등 열의가 넘쳤다. 모임 멤버 Y씨는 “너무 좋은데요. 우리 연말 송년회도 줌으로 해요”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우리가 가야 할 미래를 성큼 앞당겼다. 줌으로 화상 회의를 한다는 건 1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 편리함의 꿀맛을 봤으니 오프라인 국제 심포지엄은 노멀 시대에도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자 세계에서도 누군가를 인터뷰하러 지방 출장 가는 일은 ‘올드한’ 문화가 될지 모르겠다.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는 결코 도입하기 쉽지 않은 재택근무의 새로운 맛에도 눈떴다. 이렇게 우리는 코로나가 열어젖힌 편리한 세상에 접속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 놀라운 생존력으로 적응한다. 인간 중심의 편리함이 여전히 코로나 시대 사고를 지배한다. 코로나 초기의 생태 문제에 대한 성찰적 분위기는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국민은 ‘집콕’하며 재테크 책과 자기계발서를 주로 봤다. 생태는 올해 지식시장의 키워드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거세게 일었던 ‘플라스틱제로’ 운동도 물 건너간 얘기가 됐다. 방역을 위해 일회용 컵이 다시 사용되고, 배달시장이 대세가 되면서 포장재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인간이 버린 빨대가 콧구멍에 끼어 괴로워하는 바다거북 영상은 잊혔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로켓 배송을 멀리하며 직접 장 보러 가고, 마트에서는 시금치를 담아주는 비닐봉지를 거부하는 등 겨우 ‘코로나 죄책감’ 정도일까봐 자괴감이 든다.

누군가는 마음이 불편한 것으로 끝나는 사이, 누군가는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실천적으로 해결해가고 있다.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가 지난달 주최한 2020 생태 문명회의에서는 버섯균류를 이용해 대체육(肉)과 인조 가죽을 만드는 마이셀프로젝트,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해 서비스하는 트래쉬버스터즈 등 스타트업의 사례가 소개됐다.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는 축제 관련 일을 하다가 축제가 끝난 후 쌓이는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이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죄책감조차 의미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장은 순환경제로의 발상의 전환 자체도 중요하다며 ‘3R 운동’을 주창한다. 원천적으로 사용량을 절감(Reduction)하고 재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e)하는 3R이야말로 생태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시간을 들여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재사용하고 자원을 절약하는 일에 노력하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인구 전체의 움직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그러나 환경 파괴가 지속하는 한 인수 공통 감염병은 되풀이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코로나의 재습격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백신은 일상의 작은 실천에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죄책감’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자위해본다.

미술·문화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